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한국씨티은행이 희망퇴직 신청자가 폭주하자 소비자 피해 우려를 이유로 ‘신청반려’를 고심하고 있다. 기업금융 경쟁력 약화와 파격적인 보상안에 따른 막대한 지출도 문제점이다. 다만 일부 직원이 본인의 의사와 달리 잔류하게 되면 행내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전일 자정까지 대상 직원에 한해 희망퇴직 접수 신청을 받았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소비자금융 부문 직원 약 2500명과 기업금융 1000여명을 합해 총 3500명 정도다. 정확한 신청인원을 밝히진 않았지만 대략 60~70%가 희망퇴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사측이 목표한 40%를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 전부가 회사를 나갈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예상치보다 많은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는데 다 받아주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직원과 회사 상호 간 ‘나가겠다’와 ‘나가라’는 합의가 있어야 하니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누군가는 의지와 달리 회사에 남아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는 인력감소에 따른 업무 공백 때문이다. 예상보다 많은 직원이 나가면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해당 관계자도 "지금도 대출만기를 계속 연장해주고 있는데 아무 고려 없이 다 보내면 소비자 피해 여지도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업금융부문에서도 상당한 인원이 희망퇴직을 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서 간 인력조정과 기업금융의 경쟁력 약화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희망퇴직 신청자 몰렸는데…소비자 피해, 비용 문제 난감소매금융 철수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소비자 피해가 없게끔 각별히 주의하라는 지침이 내려온 것도 부담 요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한국씨티은행에 조치명령권을 발동하며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다. 금융감독원에는 고객불편 최소화, 소비자권익 보호 계획, 영업채널 운영계획 등을 제출해야 한다. 직원들의 대규모 이탈로 대고객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면 단계적 폐지를 앞두고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최대 7억원에 달하는 희망퇴직 보상안을 모든 신청자에 제공하면 비용부담이 커진다. 한국씨티은행 측은 한도 내에서 근속기간 만 3년 이상인 정규·무기전담직에 기본급의 100%(최장 7년)를 남은 개월에 곱해 특별퇴직금으로 준다. 대학생 이하 자녀 1명당 1000만원씩(최대 2명) 지급하고, 지난 3일까지 신청직원들에 한해 1인당 20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도 지급했다.
희망퇴직이 받아들여진 이들은 다음 달 27일부터 2월, 4월에 걸쳐 차례로 회사를 떠나게 된다. 순서와 대상은 부서별 필요 인력 등에 따라 정해진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규제 당국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한국 소비자금융 폐지에 12억~15억달러(약 1조4000억~1조8000억원)를 쓴다고 언급했다. 씨티그룹은 한국에서의 철수가 20억달러의 자본을 확보할 수 있어 재무적으로 타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