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내 공인중개사무소에 붙은 부동산 매물 안내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최근까지 신고가 거래를 이어가던 지방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수천만원 이상 낮은 가격에 실거래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 매수세가 약해지면서 서울 등 수도권의 거래가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실수요 기반이 약한 지방은 하방 압박이 더 두드러진 모습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올초 최고조에 달했던 분양열기도 차갑게 식는 분위기여서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을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10일 부동산 업계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등에 따르면 최근 부산과 충북, 경북 등 전국 곳곳의 아파트 단지에서 기존 고가 대비 수천만원 이상 떨어진 거래가 늘고 있다. 가족간 증여 등 특수거래로 의심되는 직거래도 있지만 대부분 공인중개사를 통한 거래라는 점에서 가격 하락 분위기가 조금씩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부산 부산진구 신개금LG 60㎡(전용면적)는 지난달 5일 3억3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 3일에는 2억8000만에 실거래되며 한달새 5000만원이 떨어졌다. 이 단지는 현재 3억4000만원대에 매물이 올라와 있으나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 위주로 거래가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유치 등의 호재로 집값이 급등했던 청주 흥덕구의 청주리버파크자이 84㎡도 지난 3일 4억54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달 27일 나온 거래(4억8000만) 대비 2600만원 하락했다. 이외에도 천안 서북구 백석벽산블루밍 119㎡와 세종 다정동 가온마을 59㎡ 등도 최근 신고가 대비 7000만~9000만원 정도 떨어졌다.
지난달 초중순까지만해도 수도권 상승세가 주춤한 사이 지방으로 매수세가 집중됐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다른 분위기다. 온라인 상에서도 하락장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다수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는 "같은 평수, 같은 형인데 기존 시세 대비 8000만원 싸게 실거래 됐다"며 "지난달 신고가에 산 사람은 갈아타기나 실거주 위한 매입일 것 같은데 실거래가를 보고 ‘멘붕(멘탈 붕괴)’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득세 중과가 배제되는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는 여전히 관심이 뜨겁지만 이 역시 정부 규제 탓에 주춤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일부 개인이나 법인이 취득세,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매집하는 사례가 나타나 실태조사와 규제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지방 투기를 향해 경고하기도 했다.
지방은 분양 시장 경기 전망도 악화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전날 발표한 11월 분양경기실사지수(HSSI)에 따르면 수도권은 전월 수준을 유지하며 90~100선을 기록한 반면, 지방광역시와 기타 지방은 전반적으로 하락하며 60~80선을 나타냈다. 건설사 500여곳을 설문조사해 산출하는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을수록 분양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연구원 측은 "세종, 광주, 부산 등 지방광역시를 중심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세밀한 수급진단과 시장 모니터링을 통해 시장변화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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