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올해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사이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쇼핑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세금·거래 규제로 내국인 부동산 거래는 발이 묶인 사이 자금 조달에 제약이 없는 외국인의 투기성 매입이 급증하면서 역차별 논란도 커지고 있다.
9일 한국부동산원의 건축물 거래(신고 일자 기준) 현황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외국인들의 국내 건축물 거래량은 1만6405건에 달한다.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대출 축소, 취득·양도소득세 중과세, 토지거래허가제 등 정부의 집값 억제 대책으로 내국인들의 거래가 지난해보다 위축된 것과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들의 순수토지(건축물 부속 토지를 제외한 토지) 거래량도 4772건에 달해 통계 집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외국인 소유 부동산이 늘면서 임차인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직장인 A씨는 "세들어 사는 오피스텔 주인이 중국 사람인데 월세는 꼬박 받아가면서 직통 연락도 어렵고 집 수리가 필요한 경우 연락을 취해도 나 몰라라 해서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B씨는 "신축 오피스텔 전세 계약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집주인이 외국인이면 전세대출은 잘 나오는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채권양도 계약서는 서명을 언제, 만나서 받아야 하는지 불안하다"고 전했다.
외국인의 경우 일부 지역자치단체에서 외국인·법인 대상 토지거래허가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사실상 부동산 거래 후 신고만 하면 돼 내국인과 비교해 자금출처 조사 등으로부터 자유롭다. 지난 7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외국인들은 자금 조달 계획이나 자금의 출처에 대한 조사가 내국인들에 비해 투명하지 않다"며 "환치기 같은 불법적인 방법이 공공연하고 자신들이 투자한 방법을 공유하면서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에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내국인과 외국인 부동산 거래 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근 국회에서 부동산 거래신고법을 개정해 최근 외국인 투기 거래 의심지역에 최대 5년까지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해 토지·주택 취득을 제한하자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명은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에서는 5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토지거래계약에 관한 허가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서울 지역에서는 용산·강남·송파 일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주택은 실거주 목적으로만 살 수 있고 2년간 매매와 임대가 금지돼 갭투자도 금지된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외국인 토지 거래는 허가제가 있지만 주택 부문은 전무하다"며 "투기가 아닌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을 취득하도록 실수요자 여부를 따지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으로 정한 구역이나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인 지역 이외에는 외국인의 부동산 매매 거래는 실거래가 신고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체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 시장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부동산 시장 가격 결정 요인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다만 내국인과 외국인이 부동산 거래 시 적용 받는 원칙이 동일해야 내국인의 반발이 생기지 않고, 양도 차익이 발생했을 경우 세금 탈루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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