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여년 만에 3%대를 올라서면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말을 맞아 각 기업에서 임금·단체협상을 앞두고 있어 물가인상률이 임금인상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7(2015년=100 기준)을 기록하면서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3.2% 상승했다. 2012년 1월(3.3%) 이후 9년9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지난 4월 이후 2%대였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폭이 급격히 커진 것은 일단 기저효과 요인이 컸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16~34세 및 65세 이상 국민에게 1인당 2만원의 통신비를 지원하면서 물가상승률(0.1%)을 낮춘바 있다. 통신비 지원이 종료되면서 오름폭이 크게 나타난 것이다. 지난달 물가인상률에는 약 0.7%포인트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제외해도 여전히 2%대 중반의 물가인상률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하반기 들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국제유가 영향이 컸다. 실제 품목 별로 살펴보면 석유류 상승률이 27.3%에 달해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았다. 휘발유(26.5%), 경유(30.7%), 자동차용 LPG(27.2%)도 모두 올랐다. 빵(6.0%)을 비롯한 가공식품도 3.1% 상승했다.
최근 들어 원자재 가격 강세도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렸다. 소비회복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이 겹치면서 물류 관련 비용이 크게 오른 것이다.
올해 연간 물가인상률은 2.2~2.3%로 전망되고 있다. 하반기 들어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던 정부의 전망이 빗나가면서 2012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2%대 상승률을 기록하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서 연말 노사 임단협 시즌을 맞은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유가를 기저로 한 현재의 물가인상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섣불리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에서도 높은 수준의 물가인상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는 최근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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