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11.04 16:12

K-금융의 현실…장사접고 떠난 글로벌금융사, 해외선 인수 '활활'(종합)



글로벌 금융사들이 아시아 각지에서 씨티은행 소매금융자산 인수전에 속속 뛰어들 모양새다. 한국씨티은행 철수 공식화에도 외국계 금융사의 인수 시도가 1건도 없었던 한국과 대조적이다. 수년째 아시아금융허브를 부르짖고 있지만, 높은 규제 장벽과 정책 리스크, 노조 문제 등으로 ‘진입하고 싶지 않은 나라’가 K-금융의 현주소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해외에선 씨티銀 인수 놓고 각축전4일 금융권과 주요외신 등에 따르면 13개국 소비자금융 철수를 시도 중인 씨티그룹이 이달 12개국에서 40여개의 최종입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자가 정해진 호주를 제외하고 내년 2분기까지 매각계약 체결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철수영향을 받는 씨티그룹 직원은 전체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만6000여명이다.


약 20억달러로 추정되는 대만씨티은행 소비자금융부문 인수후보로는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와 싱가포르의 DBS 등이 거론된다. 태국의 경우 일본대형 금융그룹 미쓰비시UFJ파이낸셜이 소유한 아유디아은행이 인수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싱가포르의 UOB가, 필리핀에서는 미국 뉴욕을 근거지로 하는 메트로폴리탄은행이 잠재적인 인수자로 여겨진다.
금융선진국에서는 탄탄한 제도와 자유로운 규제를 바탕으로 계속 사업을 영위한다. 홍콩과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전 세계에서 광범위한 소매금융철수를 단행하고 있지만, 기존처럼 소비자금융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오히려 지역 내 고객들에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하고, 기업부문 역시 대출과 재무솔루션 등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갈수록 인수전의 열기가 뜨거워지는 해외와 달리 한국은 최종입찰 없이 단계적 폐지(청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국내 금융사 4곳이 희망을 보이긴 했지만 해외 금융사의 진입 시도는 없었다. 그마저도 인수희망 금융사들이 통매각 조건에 난감해 하는 등 조건이 맞지 않아 모두 무산됐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진입은커녕 오히려 한국을 떠나는 상황이다. 외은지점이었던 HSBC는 2013년 현재 씨티은행 소매금융 업무 철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11개 지점 중 10개 지점을 폐쇄했다. 2017년에는 미국계 금융사인 골드만삭스와 영국계 RBS, 스페인계 BBVA가 한국지점을 닫았다. 2018년에는 스위스 UBS가, 그다음 해에도 호주 맥쿼리은행, 인도해외은행이 지점폐쇄를 결정했다. 지난해 푸르덴셜생명과 악사손해보험도 한국을 떴다.
20년의 노력, 공염불된 ‘아시아금융허브’

2003년부터 정부는 지난해까지 한국을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만들겠다고 말해왔지만 결국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조사업체 Z/Yen의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순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과 부산은 각 16위, 36위를 차지했다. 추격 상대인 홍콩, 상하이, 싱가포르 등에 못 미친다. 직전 지표보다 순위가 올랐지만, 2012년 3월부터 수차례 10위권 안에 들어갔던 걸 고려하면 퇴보했다.
금융사들이 보유한 세계 50대 자산운용사 지역본부를 유치한다는 목표도 사실상 실패에 가깝다. 2019년을 기준으로 한국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본부를 운영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는 한 곳도 없다.
한국이 매력적인 국가로 평가받지 못하는 배경에는 ‘비즈니스 환경’이 있다는 분석이다. 비즈니스 환경은 GFCI 평가항목 중 하나로 정치적·법적 리스크를 따진다. 한국은 서울과 부산 모두 15위권 밖이다.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도 싱가포르나 홍콩보다 비쌌다. 노동규제 역시 인접국가보다 대체적으로 유연하지 못했다.
한국 특유의 관치금융도 문제점으로 여겨진다. 정부·금융당국에서 영업이익을 악화하는 규제를 연달아 쏟아내면서 사업 환경이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코로나19 국면에서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테스트와 이에 따른 배당제한을 실시해 부담이 가중됐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전 금융권에 강력한 가계부채 총량관리를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종 규제를 법률제정이 아닌 금융당국 차원의 자율규제로 제한하는 관행도 원인으로 꼽힌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금융권 행정지도는 40건으로 2년 전(39건)보다 늘었다. 규제산업에 종사하는 금융

지난해 7월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43차 금융중심지 추진위원회'에서 발언하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 입장에서 지도나 권고 등의 조치는 예상하지 못한 영업규제가 갑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어 일종의 리스크로 여겨진다.
금융당국도 문제를 인식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7월 은성수 당시 금융위원장은 43차 금융중심지 추진위원회에서 국내 금융중심지 추진전략을 발표하며 "지난 20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동북아 금융허브가 되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고 우려했다. 은 전 위원장은 "외국계 금융회사와 전문가들은 높은 법인세 및 소득세, 경직적 노동시장, 불투명한 금융규제 등이 여전히 걸림돌임을 지적하고 있다"며 "불투명한 금융규제 지적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