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11.04 15:13

은행권에 채찍 들던 금융당국, 당근책 내민 까닭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은행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위해 신탁제도 개선과 투자자문 허용 등 겸영·부수 업무를 적극 확대하겠다.” (10월28일·고승범 금융위원장-시중은행장 간담회)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금융사에 대한 검사체계를 유연한 대응 및 검사자원의 효율적 활용에 맞춰 개편하겠다." (11월3일·정은보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
금융당국이 시장에 잇따른 유화 제스처를 보내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이자수익 확대를 염원하는 은행권의 숙원을 수용하는가 하면 금융사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검사 체계도 개편하겠다고 공언해서다. 금융당국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융사 검사·제재 태스크포스(TF) 검토 결과를 연내 발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금감원 검사체계를 사후적 조치에서 위험의 선제적 파악과 사전예방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 원장은 전날 금융지주회장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세련되고 균형 잡힌 검사체계를 지향한다"며 "검사 현장과 제재 심의 과정서 금융사와 소통을 확대하고 지주 내 저축은행 등 소규모 금융사에 대해선 검사주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사에 대한 종합검사를 사실상 폐지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소비자 보호를 강조한 윤석헌 전 금감원장 당시 부활한 종합검사가 지난 3년간 적발과 처벌을 목적으로 한 ‘먼지털이식’이라는 금융권의 강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개선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금융그룹 내 정보공유 제한 규제도 없애겠다고 했다. 금융그룹 시너지 제고를 위해 영업 목적을 위한 그룹 내 정보공유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 산정도 전향적으로 개선한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연말까지 계도 위주의 감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실태 평가의 실시주기를 1년에서 3년으로 변경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도 최근 시장친화적 정책을 발표했다. 부동산에 한정됐던 투자자문업에 은행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고객이 수탁할 수 있는 신탁재산의 범위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한 은행권의 숙원 사업으로 꼽혀왔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운영 중인 플랫폼 사업 등에 대해서도 사업 성과와 환경 변화를 살펴 은행의 부수 업무를 합리적 수준으로 늘릴 예정이다. 국민은행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한시적으로 서비스 중인 알뜰폰 서비스와 신한은행이 곧 출시하는 음식배달 플랫폼 등을 지속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두 수장이 규제 완화라는 잇따른 당근책을 제안한 배경은 무너진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몇 년 간 지속된 금융사에 대한 징계 남발과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 각종 논란을 적극 수습하려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계속된 대출규제 강화로 금융사의 자율성이 침해된 점을 감안해 수익성 제고를 위한 타사업 진출을 적극 허용한 것도 배경으로 지목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는 금융당국의 가장 중요한 책무인 점은 이해하나 먼지털이식인 종합검사는 문제가 있다"며 "금융당국이 이를 개선하는 방안에 나선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당국이 신탁상품 확대 등 지난 몇년 간 꾸준히 요청했던 사안을 한번에 허용한다고 밝혀 놀랐다"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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