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손선희 기자(세종)] 여당이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금성 재정지원 확대와 가상자산 과세유예를 강행하기로 하면서 당정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무총리까지 전국민재난금 지급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여당은 과세유예 방침을 당론으로 정하기로 했다. 당정이 강경하게 맞서면서 이달 중순 본격화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세법개정 논의 과정에서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웅래 민주연구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당의 입장은 일단 정리가 됐다"며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도 다른 금융자산 과세 적용 시기와 같은 조건으로 2023년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당론’으로 채택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 5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기 시작하는 2023년과 시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노 연구원장은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만 미리 실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가상자산거래에 대해 제도화부터 하는 것이 먼저고, 이후 과세를 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가상자산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해 과세를 반영해달라는 업계 입장을 반영할 예정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수행 및 런던 한국경제설명회(IR) 등 일정으로 해외출장 중인 만큼 기재부 측은 공식 대응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세정당국과 전혀 협의되지 않은 내용이 당에서 일방적으로 발표됐다는 점에서 들끓는 분위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 주장에 대해 "당의 의견일 뿐"이라며 "기재부 입장은 바뀐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가상자산 과세는 2017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치가 급등하면서 수십, 수백 억원의 수익을 챙기고도 전혀 세금을 내지 않은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그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부는 이후 약 4년 간 관련업계와 소통하면서 과세체계를 마련해 왔다.국회 역시 이 같은 ‘과세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논의에서 출발해 이미 소득세법을 개정해 통과시켰다.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수익을 복권 당첨금과 같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약 20%의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의 과세 법적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당초 약 9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달부터 적용하려 했으나, 이미 한 차례 유예해 내년 1월1일로 연기됐다. 총 1년의 유예기간을 가진 셈이다. 이 기간 동안 국세청에서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4대 가상자산 거래소를 중심으로 두 차례의 과세 컨설팅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돌발적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에 대해서도 정부는 부정적 입장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현재로서는 당장 재정 여력이 없다"며 "정부로서는 그런 방식보다 1년 반 이상 누적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피해, 손실보상법으로도 도울 수 없는 약 250만~300만명을 어떻게 돕느냐는 것이 제일 시급한 일"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곧바로 "전 국민의 삶을 보살피고 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는 재난지원금의 추가 지급 문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달라"고 밝혀 총리의 반대 발언을 무색케 했다. 이 후보는 국회에서 첫 선대위 회의를 주재하고 "코로나로 직접적으로 피해입은 소상공인과 간접적으로 광범위 피해입은 국민 민생을 보살펴야 한다"면서 "빚을 막 늘리자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 부채비율이 크게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 손실보상과 관련 최저한도 증액, 손실보상 제외자에 대한 새로운 대안 마련 등을 주문했다.
결국 대선이라는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당정 논의도 없이 공약과 정책이 혼선된 주장이 섣부르게 발표되면서 국민적 혼란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 등 야당 측에서는 ‘여당의 매표행위’라고 즉각 반발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전날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공약"이라고 지적했고, 이날 유승민 전 의원은 라디오에서 "선거 앞둔 매표행위"라고 꼬집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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