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서울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문채석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9년9개월 만에 3%대로 뛴 것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국제유가에 더해 지난해 통신비 인하에 따른 일시적 기저요인까지 더해진 결과다. 연간 누계로는 2.2%를 기록하면서 이미 정부의 물가관리 목표치를 넘어섰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등 주요국 물가도 하반기 들어 상승폭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올해 4분기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석유류, 1년새 27.3% 폭증…다 올랐다 =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3.2%의 물가상승률에 기여도가 가장 높은 품목은 공업제품으로 나타났다. 공업제품 물가는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4.3% 상승하면서 2012년 2월(4.7%)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같은 기간 27.3%나 치솟았다. 2008년 8월(27.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휘발유(26.5%), 경유(30.7%), 자동차용 LPG(27.2%)가 모두 상승했다. 가공식품은 3.1% 올랐다. 국제 산유국 연합체의 보수적인 증산기조가 여전하고, 미국 허리케인 여파로 멕시코만에 위치한 원유생산설비 일부가 가동을 멈추면서 유가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영향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지난달 전기요금이 8년 만에 인상되면서 전기·수도·가스 물가도 1.1% 올랐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은 0.2% 오르는 데 그치면서 지난 3개월 연속 상승폭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채소류를 중심으로 농산물 물가는 6.3% 내렸으나, 달걀·돼지고기·소고기 등 축산물은 13.3% 뛰었다.
민생과 직결되는 공공서비스, 개인 서비스, 집세 등 가격이 오르면서 전체 서비스 물가도 3.2% 올랐다. 지난해 10월 통신비 지원 기저효과로 휴대전화료가 25.5% 오르면서 공공서비스 물가가 5.4% 상승했고, 외식, 공동주택관리비 등 개인서비스도 2.7% 올랐다. 특히 전세 상승률은 1년새 2.5%를 기록하면서 2017년 11월(2.6%) 이후 가장 높았다. 월세도 0.9% 오르면서 전체 집세 물가가 1.8% 뛰었다.

◆빗나간 정부 전망…연간 물가 최대 ‘2.3%’ 가능성 = 10월 물가가 3% 이상 오르면서 올해 물가상승률도 덩달아 뛸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까지 소비자물가지수 전년누계비는 2.2%를 기록했다. 한 달새 0.2%포인트 올랐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2%대를 기록한 것은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의 연간 물가관리 목표치(2.0%)를 훌쩍 넘어섰을뿐 아니라 2%대 중반에 가까워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간 물가전망과 관련해 ‘2%대 초반에서 관리될 것’이란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왔다.
특히 국제유가 강세와 글로벌 공급 차질은 4분기 물가를 끌어올릴 강력한 변수다. 소비회복으로 유가 강세와 공급망 문제는 내년이후로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내적으로는 정부가 이달부터 추진하는 ‘단계적 일상회복’이 물가자극 요인이 된다. 각종 소비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다.
정부가 역대 최고 수준(20%)의 유류세 인하를 결정했지만, 오는 12일부터 적용돼 실제 체감효과는 이달 말에나 나타날 것으로 보여 이번 달 물가하방요인으로 온전히 반영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유가만 올라서 소비자물가가 오른 것이면 ‘비용 인플레이션’으로 볼 수 있어 그리 심각하지 않지만, 현재까지의 누계 상승률 2.2%는 다른 품목까지 다 오른 ‘기대 인플레이션’의 결과로 봐야 한다"며 "기대 인플레이션이 작용하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한될 수 있고 향후 물가도 이보다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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