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지 최저가로 내놨는데도 안 팔리네요. 집 보러 오겠다는 매수자도 거의 없습니다."
수도권 외곽 아파트 단지에서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집값 고점 인식과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매수세가 급격히 얼어붙으며 거래가 줄자 매도를 위해 가격을 낮추는 집주인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거래절벽에도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올여름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호가 하락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외곽과 경기도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호가를 낮춘 급매가 늘고 있다. 아직 전반적인 호가는 여전히 기존 실거래가 대비 높게 형성돼 있지만 매수세가 줄어 성사가 되지 않자 다급하게 집을 처분하려는 매도자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나오는 모습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이하 공인) 대표는 "몇천만원 정도 낮춘 매물은 나오지만 그마저도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출규제로 매수자의 자금조달 능력이 떨어지면서 거래가 끊기자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는게 일선 중개업계 설명이다.
온라인 상에서도 줄어든 매수세에 매도를 걱정하는 집주인이 많다. 경기도 화성시의 20평대 아파트를 가진 B씨는 "호가보다 6000만원이나 낮게 매물을 내놨지만 전화가 0통"이라며 "내년에 돈이 필요해 빨리 팔아야 하는데 초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항의를 우려해 온라인 매물 노출을 피한 급매물도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집주인은 "매도가 급해 시세 대비 2000만원 정도 낮게 매물을 올리려고 했는데 그러면 단지 내 호가 하락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며 "광고는 시세대로 올리되, 부동산에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해 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거래가 하락하는 단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서울 금천구 C단지 11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10일 7억3800만원에 거래가 됐지만 같은달 26일 6억원에 팔리며 약 2주만에 1억원 이상 가격이 떨어졌다. 광진구 D단지 59㎡도 기존 최고가는 12억8000만원이었으나 지난달 초 8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두 단지 현재 최저 호가는 시세 대비 3000만원 이상 떨어졌다.
경기도는 하락폭이 더욱 크다. 성남시 E단지 84㎡는 9억1900만원에서 6억원으로, 구리시 F단지 116㎡는 13억3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각각 3억원 이상 가격이 하락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688건으로 올 들어 처음으로 2000건대로 떨어졌다. 10월 매매 거래 역시 이날 기준 1095건으로 9월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급매가 쌓이면 전반적인 가격하락으로 이어지는 만큼 업계에선 ‘변곡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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