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지난달 13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법원 부동산 경매에서 가장 뜨거운 물건은 서울 강북구 번동 소재 47㎡(전용면적)짜리 A빌라 1층 매물이었다. 지은지 33년 된 이 빌라에는 21명의 응찰자가 몰린 끝에 최저가 1억3000만원보다 80% 비싼 2억3400만원에 낙찰됐다. 이 물건의 2위 응찰가격도 2억원을 넘길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최근 집값이 고점에 달했다는 잇따른 경고에도 법원이 실시하는 부동산 경매에서 연립·다세대(빌라)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서울은 물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천·경기 빌라 경매에서도 수십 명의 응찰자가 몰리는 등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1일 법원경매 전문기업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10월 서울 빌라의 평균 낙찰가율은 93.40%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4.5%포인트 낮아졌지만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낙찰가율이란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다. 낙찰가율이 93.4%라면 감정가 1억원짜리 빌라라면 9340만원에 낙찰됐다는 의미다.
인천·경기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인천 지역 빌라의 10월 평균 낙찰가율은 전월보다 4%포인트 오른 87.90%로 나타났다. 이는 이 회사가 2001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인천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경기 지역 빌라 평균 낙찰가율은 83.50%로 마찬가지로 역대 가장 높았다.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전세가도 크게 오르면서 부담이 커진 실수요층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주거환경도 준수한 준공 10년 이내의 신축빌라 빌라 시장으로 쏠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달 26일 인천 서구 청라동의 B빌라 85㎡ 경매에는 13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2016년 준공된 이 매물은 감정가 4억4200만원보다 2억872만원(47.2%) 높은 6억5072만원에 낙찰됐다.
여기에 당분간은 낡은 집에 살더라도 재개발 추진이나 교통 호재를 노리고 20~30년 된 노후빌라 중에서도 값싼 1층이나 반지하 주택을 노리는 ‘몸테크’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경매시장의 경우 매매시장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고 여겨지면서 추후 수익률과 시세차익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1년 준공된 인천 계양구 계산동 C빌라 36㎡ 경매매물은 지난 13일 감정가 5400만원보다 3488만원(64.6%) 높은 8888만원에 낙찰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아파트값이 워낙 비싸니 실거주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여겨지는 빌라 경매시장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여기에 최근 수도권 내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세차익을 노리고 노후빌라에 투자하는 수요도 함께 공존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 아파트의 경우 경매시장조차 낙찰가율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수요자들의 가격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19.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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