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연내 한 번 더 인상하겠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했기 때문에 이달 예정된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전문가로 불리는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일 아시아경제와의 줌 인터뷰에서 "금융당국이 현재 시행 중인 가계대출 수량 규제(quantity control)가 테이퍼링하고 유사한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 연구위원은 테이퍼링 자체가 우리의 금리 인상 전체의 시나리오를 앞당기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의 경우 이미 가계대출 규제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와 유사한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제학 이론을 보면, 수량 규제는 총량자체를 규제해버리기 때문에 초과공급이 발생하지 않는다. 추가 유동성 공급을 차단되는 것이다. 그는 "가계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통화정책을 통해 금리를 연속적으로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내년 초 금리 연속 인상 시 취약 차주 중심 부실 위험 확대…정책 자금 등 선별 지원해야
그는 올해와 내년 연속적으로 금리를 올릴 경우 곳곳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연구위원은 "금리를 빠른 속도로 인상하게 되면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한 부실 위험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가계뿐 아니라 기업 역시 연체율, 이자보상비율 자체가 높아지면서 전체적으로 부채의 질이 악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은이 지난달 24일 공개한 '금융 안정 상황' 보고서를 보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은 고소득자와 취약 차주의 경우에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되면, 고소득자(소득 상위 30%)의 이자는 381만원에서 424만원으로 43만원 늘어난다. 취약자주(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 하위 30% 또는 신용점수 664점 이하) 이자는 320만원에서 373만원으로 53만원 불어난다.
황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정책 자금 등을 통해 선별적 지원을 하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일부 취약 부문의 경우 금리 상승과 함께 각종 금융 지원 조치 종료로 부실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황 연구위원은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Fed가 테이퍼링을 단행할 경우 경제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공급 측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가운데, 테이퍼링을 단행할 경우 경기 개선을 저해하는 측면이 클 것"이라며 "경제 비용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공급망 병목 현상 지속,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했을 때 규모나 시기를 크게 조정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중심의 공급 관리, 중동의 지정학적 요인 등으로 당분간 글로벌 인플레이션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2013년 긴축 발작 발생 가능성 적어…채권 금리 상승 제한 전망
향후 시장에 단기 변동성은 확대시킬 수 있겠지만, 과거 2013년과 같은 텐트럼(긴축 발작)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Fed가 그동안 시장과의 소통을 활발히 한 만큼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것이다.
황 연구위원은 "2013년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 반응이 컸던 것"이라며 "테이퍼링에 대한 부분은 어느 정도 시장에 선반영 돼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기를 앞당기거나 테이퍼링의 규모를 더 크게 한다고 하면 미세하게 올라갈 순 있겠지만, 예상대로 진행할 경우 채권금리가 크게 변동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86%포인트 상승한 2.103%로 마감하면서 연중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바 있다. 미국의 조기 테이퍼링 가능성,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영향이 있었다.
부동산시장은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 폭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다. 부동산에 공급된 유동성이 외화자금이 아닌 국내자금으로 조달되기 때문에 테이퍼링을 통한 직접적 영향은 없지만, 향후 연쇄효과로 우리도 긴축에 속도를 내면 이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집값을 끌어내릴 수 있다. 그는 "미국이 본격적으로 긴축에 나서면서 우리도 인상 시기나 폭을 조정할 경우 부동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주식시장은 주요 기업의 실적 개선과 유동성 축소 선반영 등으로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들도 내년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증권사별로 신한금융투자는 2850∼3500을, KTB증권·교보증권은 2850∼3450을, 키움증권은 2950∼3450을, 삼성증권은 2800∼3400을 예상 범위로 제시했다. 그는 "주식시장은 선진국과 신흥국 중간쯤에 있다"며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직접적으로 빠지는 문제가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히려 급증한 국가부채와 재정건전성 등이 중장기적으로 악화될 경우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황 연구위원은 한동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와 미국 텍사스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KDI 겸임교수, 기획재정부 준정부기관 경영평가단 위원을 지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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