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서울 도봉구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붙은 매물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인해 아파트 매수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데 이어 건설업 경기 전망도 급락했다. 정부는 '고점론'을 경고하고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은 흥행을 거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중대 기로에 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0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지난달(94.9)보다 11.0포인트(p) 하락한 83.9를 기록했다. 건설 CBSI가 한 달 새 11p나 떨어진 것은 최근 1년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100을 넘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자료:한국건설산업연구원>
CBSI 급락은 최근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 사업과 공공사업 부진으로 신규 공사발주가 감소한 영향이 크다. 이달 신규 공사 수주 지수는 84.2로, 올해 들어 전월 대비 가장 큰 폭(22.4p)의 하락을 보였다.
지난 26일 발표된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도 영향을 미쳤다. 박철한 부연구위원은 "향후 금융 규제가 강화돼 자금조달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지수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경기 위축과 동시에 주택시장의 매수심리도 급격히 얼어붙은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25일 조사 기준)는 100.9로 기준선인 '100'에 근접하며 7주 연속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매수심리가 강하다는 뜻으로, 한동안 100을 크게 웃돌았던 매수심리가 최근 들어 계속 꺾이고 있다는 의미다.
인터넷상에 올라오는 매물 건수도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총 4만3000여건으로 한 달 전에 비해 10%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의 '매물 수명'도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매물을 내놓으면 20여일내에 대체로 거래가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한달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부동산분석플랫폼 부동산지인에 따르면 최근 1년새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의 평균 생존일은 23일에서 28일로 5일 늘었다. 매물 생존일은 매물이 등록된후 거래 성사 등으로 사라질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다.
서울 당산동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대표는 "가격이 단기간내에 너무 오른데다가, 매도자들은 거기에다가 호가를 더 높여 부르고 있으니 매수자들도 그냥 발길을 돌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위축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나는 가운데 청약 시장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차 사전청약 접수가 시작된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사전청약 접수 홈페이지를 다녀간 누적 접속자 수가 90만명에 육박했다고 31일 밝혔다. 지난 25일 사전청약 첫날에는 접속자 수가 24만명을 넘어섰고, 최대 동시접속자 수는 3282명에 달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