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재도전 끝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에 내정됐다.
남은 절차는 서울시의회의 인사청문회다. 이미 한차례 낙제점을 준 시의회는 깐깐한 검증을 예고한 상태다.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해도 임명은 가능하지만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김 내정자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청문회가 관계회복의 기회가 될 지, 더 악화시킬지 관심이 주목된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세번에 걸친 SH 사장 공모 끝에 김 전 본부장을 낙점했다. 첫번째 공모를 통해 내정된 김현아 전 국회의원은 자진사퇴했고, 두번째 공모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종 후보 내정을 거부했다. 이후 세번째로 진행된 공모를 통해 김 전 본부장이 낙점됐다.
김 전 본부장은 두번째 공모에 지원했지만 SH 임원추천위원회 심사에서 탈락한 바 있다. 임추위를 구성하는 한 축인 시의회가 김 전 본부장에게 부적격 판정을 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김 전 본부장은 경실련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저격수'로 불려왔다. 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 김 전 본부장이 SH 사장 공모에 재도전하고 끝내 후보로 내정된데는 오 시장의 신임이 컸다. 오 시장은 지난달 3일 김 전 본부장의 탈락 이후 진행된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아파트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김 전 본부장 같은 분을 모셔서 아파트 가격을 잡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정책적 판단에 응모를 제안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은 절차는 시의회의 청문회다. 청문회 결과와 관계 없이 오 시장은 SH 사장을 임명할 수 있지만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김현아 전 의원은 청문회에서 나온 다주택 관련 발언이 문제가 돼 자진사퇴를 결심하기도 했다.
이번 청문회 역시 일전을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김 내정자를 코드인사라며 비판하며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당장 청문회 일정을 놓고도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됐다. 서울시는 공백 최소화를 위해 이달 안에 청문회가 열리길 바랐지만, 시의회는 현재 임시 폐회 상태인 만큼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되는 정례회에서 청문회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청문회는 다음달 정례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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