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재직 중인 한영훈(45·가명)은 최근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려다 깜짝 놀랐다. 가계부채 규제에 따른 대출 한도 축소와 이자 부담 증가라는 ‘이중고’를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고액 연봉자인 한 씨는 1억원 정도의 마이너스통장 개설을 목적으로 했지만, 주요 시중은행 한도가 모두 5000만원으로 축소된 탓에 인터넷전문은행을 찾았고 결국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나 높은 4%대 금리로 대출을 받게 됐다.
가계부채 총량한도 관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인터넷은행으로 대출 수요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한도를 일괄적으로 대폭 축소하고 나선 것에 따른 풍선효과다. 다만 인터넷은행의 대출 금리가 시중은행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아 이자 부담이 커진 것은 차주 입장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잇따른 대출 제한으로 대출 수요자들이 인터넷은행으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지난주 출범한 토스뱅크다. 영업 개시 나흘 만인 지난 8일 기준 연간 대출한도 5000억원의 60%(3000억원)를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뱅크 가입을 대기하는 인원은 현재 120만명에 달하고 있고 현재 속도를 감안할 때 출범 일주일여 만에 대출 영업이 중단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는 출범 효과로 총량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다른 곳에 비해 대출이 비교적 쉽다는 점이 꼽힌다. 토스뱅크의 마통 한도는 최대 1억5000만원에 달한다.
올해부터 정상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도 대출 수요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총량 규제에서 비껴 서 있어 아직 대출 여력이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케이뱅크는 지난 2일부터 마통 한도를 기존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줄였지만 주요 시중은행에 비해 아직도 2배나 높은 한도를 자랑한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상황이 다르다. 올해 상반기부터 이미 상당한 풍선효과가 발생한 탓에 이달들어 대출 문턱을 아예 닫은 상태다. 다만 고신용자 대출을 줄이는 대신 중금리대출 취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인터넷은행에 대출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지만 ‘높은 금리’를 둘러싼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지점과 인건비 등에서 시중은행에 비해 고정비 절감이 큰데 소비자에게 이자 부담을 과하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케이뱅크·카카오뱅크가 지난 8월 취급한 마통 평균 금리는 각각 3.91%, 4.29%로 집계됐다. 이는 5대 시중은행 평균 금리(약 3.5%) 보다 0.4%포인트에서 0.8%포인트 높은 수치다. 마통 최저금리 3.26%를 제시한 토스뱅크 역시 대부분의 차주가 4~5%대 금리를 적용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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