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미국과 중국이 지난 2018년 7월부터 상대국 상품에 추가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시행한 이후 국내 산업에 최대 3조9000억원가량의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미·중 통상분쟁에 따른 한·중 통상구조 변화' 보고서에는 이 같은 내용의 분석과 제언이 담겼다.
산업부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작성한 이 보고서는 미중 간 1~3차 추가관세 부과에 따른 한국의 대미·대중 수출 감소 규모를 분석했다. 미중은 2018년 7, 8, 9월과 2019년 9월 등 4차례에 걸쳐 상호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2019년 12월 양국 간 무역협상에 따라 이미 부과된 4차 추가 관세율을 인하하고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는 무기한 연기하기로 한 상태다.
그 결과 수출 감소액은 미국의 3차 관세율(10~25%)에 따라 7억6000만~13억6000만달러(약 9000억~1조6000억원)로 추정됐다. 이 같은 수출 감소가 국내 산업생산에 미친 영향은 18억3000만~32억6000만달러(약 2조2000억~3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세부적으로 대중 수출은 컴퓨터·전자·공학기기, 화학제품의 감소폭이 크고 대미 수출은 화학제품, 자동차 및 트레일러, 컴퓨터·전자·광학기기, 철강 등의 둔화가 예상됐다.
중국의 대미 추가관세 부과로 중국 수입시장에서 미국산 제품이 한국산으로 대체되는 효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추가관세 대상 품목에 대한 한국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2018년 8.4%에서 2019년 8%로 0.4%p(포인트) 하락했다. 대만(-0.16%p)과 일본(-0.08%p) 등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 한국의 점유율 하락폭이 컸다.
보고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중 1단계 무역협정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 트럼프 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한 강경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미중 마찰은 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직·간접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며 "미중 마찰이 장기화, 상시화돼가는 과정에서 한국 경제와 기업에 대한 실질적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5세대 통신(5G)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기술패권 경쟁과 관련해선 "대중국 수출의 47%를 차지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무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체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구 의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대중 경제정책 수립이 시급하다"며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에 대한 지원과 대중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중요 생산시설의 국내 복귀 정책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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