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10.08 15:02

2금융서도 돈 못빌린다…시중銀·인뱅·상호금융 '대출중단' 릴레이(종합)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송승섭 기자]11월 말 전세퇴거자금이 필요한 1주택자 김정민(45·가명)씨는 최근 돈 구할 걱정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지난해 은행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시장에 투자한 자금을 빼 충당할 계획이었지만 주가가 급락하면서 조달이 어려워진 탓이다. 급한 마음에 찾은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은 예상했던 한도의 3분의1수준만 가능할 것이란 답변을 받았다. 김 씨는 결국 부동산에서 소개해준 신한은행이나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을 찾아갈 생각이다.
은행권 초유의 대출 절벽 사태에 돈 줄 급한 서민들이 2금융권으로 몰려들고 있다. 시중은행에 이어 인터넷전문은행까지 대출 창구를 줄줄이 닫고 있는 데다 빚투(빚내서 투자)한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이 급변동하면서 자금 융통이 어려워진 영향이다.
은행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이 타 금융사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뚜렷해지면서 당국도 이달에 발표할 추가 대책에 관련 내용을 포함할 예정이다. 당장 돈이 급한 서민들과 자영업자들의 자금줄은 조만간 끊길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한도를 기존 ‘한도없음’에서 5000억원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타행에서 대출이 막힌 수요자가 몰리면서 이미 한도 소진 직전인 상황이다. 모집인 대출중단은 은행 전체 대출 중단의 전 단계로 인식된다.
신한은행도 연말까지 대출 제한·중단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신한은행의 전날 기준 가계대출 증가율은 3.15%.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5~6%)까지는 여유가 있지만 은행 중 가장 대출 여력이 많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실수요자가 몰리고 있다.
시중은행 대비 대출금리는 높지만 넉넉한 한도를 부여했던 인터넷은행도 정부 압박에 무릎을 꿇었다. 앞서 마이너스통장 신규 취급을 중단했던 카카오뱅크는 이날부터 고신용자 대상 신용·사잇돌·전월세보증금대출의 신규 취급을 연말까지 전면 중단한다. 케이뱅크는 신용대출 한도를 2억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축소했고, 출범한 지 3일된 토스뱅크는 연간 대출한도의 40%를 이미 소진했다. 문 열자마자 대출 영업을 중단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5일 출범 예정인 세 번째 인터넷은행 토스뱅크에 은행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 2% 은행권 최대 예금금리와 연 2% 후반 최소 대출금리 등 출범 전부터 파격적인 금리 상품 출시를 밝혀 같은 인터넷은행뿐 아니라 시중은행들까지 긴장하는 모양새다. 특히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더욱 거세지면서 대출 금리 상승, 대출 한도 제한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대 한도 2억 7000만 원에 달하는 신용대출을 예고하면서 ‘대출 난민’들의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진은 4일 서울 강남구 토스뱅크 본사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2금융도 총량규제 후폭풍…연말 대출창구 문 닫는다2금융권 상황도 여의치 않다. 산림조합은 다음주부터 준조합원과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할 예정이다.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해 토지나 임야를 담보로 하는 비주택담보대출 상품 운영까지 중단된다. 타 금융권보다 비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내린 결정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1일 산림조합 여신담당자를 불러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준수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전국 130여개 산림조합 가계대출 증가율이 5%대를 웃돌면서다. 올해 증가율 목표치는 평균 4%대로 이미 넘긴 상황이다.
수협은 이달 1일부터 신규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비·준조합원은 물론 조합원도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중도금 집단대출을 받을 수 없다. 조합원이면서 어업경영에 필요한 자금일 때만 제한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상호금융업권 중 규모가 제일 큰 농협중앙회는 지난 8월 전국 농·축협에서 비조합원과 준조합원의 신규 집단대출, 전세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한 바 있다.


상호금융권은 연간 가계대출을 전년 말 대비 4.1%로 묶어야 한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 상호금융 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상호금융업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249조308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3.78%(9조830억원) 늘어 총량까지는 0.32%(7689억원) 남았다.
주로 중·저신용자가 이용하던 상호금융권에 고신용자가 몰려드는 정황도 포착됐다. 필요한 만큼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차주가 2금융권으로 넘어오는 ‘풍선효과’다. 올 상반기 가계대출 신규취급액은 37조7165억원이다. 이중 17조5499억원이 1~2 신용등급을 보유한 고신용자다. 2018년 18.71%에 불과하던 고신용자비율이 지난해 26.75%까지 늘었고 올 들어 46.53%로 치솟았다.
가계대출 관리가 양호한 상호금융권도 잇따라 대출중단 특별관리에 돌입했다. 한 신협 관계자는 “신협으로 대출수요가 반드시 넘어올 거라고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대출 비율이 전년치보다 상회하는 조합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개별적으로 특별관리 지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비 등 급전이 필요한 자영업자 중에서는 고금리 카드론에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다. 최근 카드론을 새로 신청하거나 기존 한도를 늘리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 하지만 카드사 역시 금융당국의 관리 주문에 전체 카드론 규모 줄이기에 돌입한 상황이라 제도권에서 돈을 구하기 어려운 취약차주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지금의 대출중단 사태가 도를 넘어섰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은행권이 연간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언제나 초과했고 금융당국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갑자기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대란이 발생했다"며 "무식한 가계대출 총량규제인 데다 수단도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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