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은행권이 잇따라 대출 중단에 나서면서 대출 난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치솟는 집값과 전셋값으로 인해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린 실수요자들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의 추가 규제가 나오면 은행은 물론 보험사, 카드사, 저축은행, 상호금융까지 전방위적으로 돈줄을 더욱 조일 것으로 예상돼 연말 대출 대란애 떠른 고객 불만도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전날 오후 6시부터 일부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신규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신규 대출을 막은 상품은 ‘하나원큐 신용대출’, ‘하나원큐 아파트론’이며, 판매 재개일은 명시하지 않았다.이는 금융당국의 연간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고려한 조치다. 특히 대환대출의 경우 다른 은행에서 넘어오는 고객이 많아 ‘풍선효과’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계약을 맺은 대출모집법인 6곳 가운데 3곳에서 대출 한도를 넘겨 한동안 대출 취급을 중단했었다.
은행권의 대출 중단은 지난 8월 NH농협은행이 스타트를 끊었다. 농협은행은 7월 가계대출 증가율(7.1%)이 정부의 권고치(연 5~6%)를 초과하자 지난 8월24일부터 부동산담보대출 등 신규 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문제는 농협은행이 대출 문을 닫으면서 타 은행으로 빠르게 수요자들이 몰렸다는 데 있다. 이같은 우려가 커지자 KB국민은행은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임차 보증금 증액 범위 내로 제한했다. 집단대출 중 입주잔금대출의 담보 기준을 KB시세나 감정가액에서 분양가격, KB시세, 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으로 바꾸는 등 가계대출 한도도 축소했다.
SC제일은행도 지난달 7일부터 일부 주담대 상품인 퍼스트홈론 가운데 금융채 1년물과 3년물을 기준금리로 적용하는 변동금리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IBK기업은행은 주택담보대출에서 모기지신용보험(MCI), 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을 제한했다. MCI는 아파트, MCG는 다세대와 연립 등에 적용되는 대출인데 이를 중단하면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서울 지역 아파트의 경우 대출 한도가 5000만원 감소한다.
대출 영업에 광폭행보를 보였던 인터넷전문은행들도 대출 창구를 막았다. 카카오뱅크는 연말까지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종전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축소했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권고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5∼6%다. 지난해 말 대비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4.88%다. 농협은행 7.29%, 국민은행 4.90%, 우리은행 4.05%, 신한은행 3.02% 순으로 증가율이 높아 5%를 넘긴 은행은 고강도 관리가 불가피해졌다. 하나은행의 지난달 기준 가계대출 증가율은 5.19%로 목표치에 근접한 상태다.

여기에 이달 중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추가 규제안까지 발표되면 앞으로 은행에서 대출 받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비교적 문턱이 낮은 2금융권도 추가 규제책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출 한파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통상 연말에는 총량관리를 해야 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운용하지만 올해는 더욱 대출 조이기가 강화될 것”이라면서 “전 은행권이 비상 체제”라고 전했다.
당장 자금을 마련해야되는 실수요자들의 불만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올라올 정도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A씨는 "집단대출을 막는다는 날벼락같은 기사를 접하고 잠을 못 이루고 있다"면서 "현재 규제를 보며 당장 코앞의 입주를 두고 행복한 준비가 아닌 대출 동향에 따라 고민하는 모습이, 곧 미래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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