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간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글로벌 경쟁당국 신고 대상 6개국 중 유일하게 1차 심사도 완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늑장 심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양사 합병은 모든 심사국의 승인을 얻어야 가능해 가장 큰 걸림돌인 유럽연합(EU)의 문턱을 넘으면 우리 공정위도 빠르게 심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경남 진주을)은 한국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기업결합 심사 경과' 자료를 살펴본 결과 현재까지 기업결합 신고대상 국가 6개국 중 3개국(중국·카자흐스탄·싱가포르)은 '조건 없는 승인'으로 심사를 완료했지만 나머지 3개국(한국·일본·유럽연합)은 여전히 심사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4일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9년 7월1일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 신청을 했지만 공정위는 2년3개월째 심사중이며 현재 심사 1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아직 심사가 진행중인 일본은 2020년 3월 1단계 심사를 완료했고, 유럽연합(EU)은 2019년 12월 2단계 심사를 개시한 상태다.
자국 내 국익을 위한 기업결합 심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공정위만이 1차 심사 조차 완료하지 못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의원실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기업결합심사 계획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강민국 의원은 "올해 상반기 대우조선해양 영업손실이 1조2000억원임을 고려하면 현대중공업의 자금지원 2조5000억원이 포함된 전략적 투자유치 거래 필요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강재 가격 등 원가 상승 대비 선가 회복세가 더딘 상황으로 유사시 위기가 재발할 우려가 있다"며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장기화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으로 대우조선해양 임직원 동요 및 고객사 대상 영업에도 악영향을 미쳐 자칫 기업결합 시기를 놓치고 국익에 손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기업결합이 EU 경쟁당국의 문턱을 넘으면 공정위도 빠르게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 합병은 모든 심사국의 승인을 얻어야 가능한데, 유럽 선주들이 모여 있는 EU가 합병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독점을 우려하고 있어 승인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우리 경쟁당국이 먼저 기업결합을 승인하면 자국 기업 편들기로 비춰질 수 있고, 무엇보다 EU가 불승인할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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