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9.30 14:03

[시시비비]자원개발 적폐, 이젠 멈춰야 한다




볼리비아에는 '우유니'라는 이름의 소금호수가 있다. 수도 라파스에서 남쪽으로 200여㎞ 떨어진 이곳은 예전에 바다였다가 지각 변동으로 소금호수가 된 곳이다. 우유니 호수는 면적이 약 1만1000㎢로 우리의 경상남도(1만552㎢)보다 넓으며 높은 고도와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천혜의 소금 산지로도 유명하다. 또한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비치는 거울 같은 호수면과 수평선이 빚어내는 절묘한 풍경 덕분에 관광지로 손꼽힌다.
우유니 호수가 10여년 전부터 리튬의 보고로 세계 자원시장의 새로운 타깃이 됐다. 호수에 매장된 리튬 양이 자그마치 전 세계 매장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우유니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염호와 아르헨티나 무에르토와 함께 '리튬 트라이앵글'을 이룬다. 우리나라가 한국광물자원공사(9월10일부로 광해광업공단으로 새롭게 출범)를 중심으로 자원협력단을 파견해 이 사업에 뛰어든 시기는 2009년 8월경이다. 리튬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부각돼 한창 값이 치솟을 때였다.
2010년 8월12일(현지시각)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서 우유니 염호에서 추출한 염수를 갖고 연구개발한 '탄산리튬 제조기술 보고회'를 가졌다. 광물자원공사와 포스코 산하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3개 기관이 6개월만에 8개 공정을 개발했다. 우리나라가 4번째 보고서 제출국이었다. 결과는 단연 우리 기술이 으뜸이었다.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우리나라가 제일 먼저 리튬 추출 관련 계약권을 따냈지만 박근혜 정부의 자원개발 적폐 때문에 사업권을 포기하고 말았다.
리튬은 배터리의 핵심 원료다. 리튬 가격은 올해초와 비교해 229.03% 올랐다. 중국 외신에 따르면 리튬 인산철 양극재 가격이 연초 t당 3만5000위안~4만위안(한화 638만원~729만원)에서 24일 기준 18만~20만위안(3281만원~3645만원)으로 올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은 2025년 1600억달러(187조원)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490억달러(174조 4045억원)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지난 시절 사람, 시간, 열정을 소비하면서 힘들게 구축한 자원개발의 성과가 전·현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모두 없어져 버렸다. 잃어버린 지난 10년간 돈 뿐 아니라 해외 인맥도, 정보 교류도 모두 없어졌다.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다. 더 어처구니 없는 정책은 이제는 자원개발 공기업(광업공단)은 직접 투자에 나서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광물공사가 지난 정부 때 확보한 해외광산 지분 가치가 현재 엄청나게 올랐다. 광물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요 광산은 니켈(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구리(파나마 코브레파나마), 유연탄(호주 와이옹) 광산 등이다. 이들 광물은 투자비 대비 평균 2~3배 이상 뛰었다. 그런데 얼마전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 광산 지분 30% 전체를 캐나다 캐스톤마이닝에 1억 5200만달러에 매각했다. 광물공사는 그동안 약 2억400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투자 원금의 60% 수준에 지분을 넘겼다. 이 책임은 또 누가 져야 하는지 궁금하다. 정부 방침은 광물공사의 보유 자산 모두를 매각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협상 상대방과의 주도권 다툼에서 불리한 상황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리스크 없는 자원개발은 절대 불가능하다. 실패만 갖고 책임을 묻는다면 자원개발은 포기해야 한다. 자원개발 적폐, 이젠 그만 멈춰야 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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