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주요 은행들이 대출 옥죄기를 더욱 가속화 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의 올해 대출 관리 목표인 연 5~6%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대출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거나, 한도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추가 조치에 나서고 있어 실수요자의 피해가 우려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가계대출 급증세의 여파로 전날부터 전세자금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집단대출, 신용대출의 한도를 한시적으로 하향조정해 운영 중이다.
먼저 전세자금대출은 임대차계약 갱신 시 보증금 증액금액 범위 내에서만 대출한도를 운영한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역시 우선변제보증금 보증 관련 모기지신용보험(MCI), 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이 한시적으로 제한된다. MCI·MCG가입 제한으로 서울 지역 아파트의 경우 5000만원, 지방 광역시의 경우 2300만원 상당의 대출 한도 축소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집단대출의 경우 입주 잔금대출 취급시 담보조사가격 운영기준이 보수적으로 바뀐다. 타 은행에서의 ‘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도 할 수 없게 된다.
국민은행의 이 같은 조치는 대출 증가세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3일 기준 168조829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31% 증가했다. 여타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목표치에 임박한 가운데 대출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도 한계를 눈앞에 둔 것이다.
다른 은행들도 대출 축소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다음달 1일부터 MCI 대출과 MCG 대출의 일부 상품 취급을 한시적으로 제한한다. 또 최근 하나은행과 계약을 맺은 대출모집법인 6곳 중 3곳이 사전에 협의된 대출 한도를 넘겨 다음달까지 이들을 통한 대출취급이 한시적으로 중단됐다.
NH농협은행도 11월30일까지 신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농협은행이 신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을 중단한 데는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5%를 넘은 데 따른 것이다.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35조587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33%가 증가한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를 위해 연일 업계에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대출 규모가 업계 최대인 SBI저축은행과,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았던 저축은행 2곳 등 모두 3곳의 관계자를 호출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제한하라고 당부했다. 금융위는 앞서 KB저축은행 관계자를 불러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요구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금융위로부터 가계대출 관리 요구를 다시 한 번 받았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다음달 초강력 가계부채 대책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다음달 중 추가 대출 규제를 발표하게 될 경우 대출 절벽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당국의 추가 규제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DSR 규제는 전 규제지역에서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담보대출이나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이 적용 대상이다. DSR 규제가 강화되면 총 대출이 2억원을 넘어서는 대출까지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
금융당국과 은행의 대출 옥죄기가 현실화 되면서 결혼과 이사를 앞둔 실수요자들은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특히 은행들의 대출 중단 리스트에 전세자금대출도 일부 포함되면서 이러한 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8월까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28조6610억원) 가운데 전세대출 비중이 절반 이상을 했다. 현재 농협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과 국민은행도 신잔액 코픽스 기준 전세대출 상품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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