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용어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최근 금융당국이 빅테크와 핀테크 플랫폼에 규제 칼날을 빼 들었습니다. 기존 금융회사들은 규제차익이 해소될 거라며 환영하는 분위기인 반면, 빅테크와 핀테크 회사들은 혁신이 저해되고 소비자 불편이 증가할 거라고 우려했죠. 왜 금융당국은 이들 업체를 규제하게 됐을까요?
금융당국이 문제 삼은 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플랫폼을 마련해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행위입니다. 카카오페이를 비롯해 일부 빅테크나 핀테크 업체들은 앱에 다양한 온라인연계투자상품을 소개해왔습니다. 해당 상품을 선택하면 플래폼 내에서 계약을 체결하고 관리할 수 있었죠.
플랫폼 회사들은 이러한 행위를 ‘판매’가 아닌 ‘단순 광고대행’으로 보고 운영해왔습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영업이 판매중개에 해당하며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이라고 본 것이고요. 금소법은 금융상품을 판매하려면 법령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등록하거나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불완전판매나 중개수수료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죠. 플랫폼 회사들은 광고대행이라는 입장이었던 만큼 별다른 등록·인가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요.
당국이 ‘금융상품 중개’로 판단한 이유 중 하나는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다른 금융회사의 플랫폼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금융상품 가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은 금소법의 적용을 받거든요. 또 플랫폼 회사들이 자사와 계약을 맺은 업체상품만 소개한 점, 판매업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점, 플랫폼 내에서 이뤄져 소비자가 오인하기 쉽다는 점이 근거가 됐습니다.
이에 규제대상이 된 플랫폼 회사들은 오는 24일까지 금융위에 등록하거나 인·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공해 온 금융상품 중개는 불가능해지고요.
더 나아가 새로 취임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빅테크에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죠. 추가 규제 가능성에 대해서도 “계속 보겠다”고 했고요. 동일기능·동일규제는 국제결제은행(BIS)의 대원칙인데, 영업업권이 같으면 똑같은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돈을 맡기고 대출을 해주는 은행은 은행끼리, 보험은 보험끼리, 카드는 카드끼리 똑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거죠.
기존 금융사들은 이 원칙을 언급하며 꾸준히 규제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해왔습니다. 혁신을 이유로 새롭게 탄생한 대형 플랫폼 업체가 똑같은 영업행위를 하고 있음에도 가벼운 규제를 받는다는 불만이었죠.
하지만 플랫폼 회사들 사이에서는 당장 혁신이 저해되고 소비자들이 편하게 누리던 비교서비스가 어려워질 거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플랫폼 순기능을 살리고, 지나친 영업만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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