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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내년 대통령선거 관련 투개표사무원 임금이 최저시급에 못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계와 소상공인들의 반발에도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정부가 정작 직접 고용하는 일용직에 대해선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정부도 지키지 못할 최저임금을 기업에만 강요한다는 점에서 ‘내로남불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8일 '2022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대선에서 투개표 업무를 맡게 될 사무원의 일비는 10만원으로 책정됐다. 식비 2만1000원은 별도로 지급된다. 투개표사무원의 평균 근무시간이 14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시간당 7143원을 받는 셈이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2022년 최저임금 9160원보다 2017원이 낮다. 일급으로 따지면 2만8240원을 적게 받는다는 얘기다. 식비를 포함하더라도 시급은 8642원으로 올해 최저임금(8720원) 수준에 못 미친다. 내년 대통령선거 관리 사업 예산은 총 2600억원이며, 이 중 351억원은 일용임금에 쓰인다.
최저임금과 책정 급여 격차는 직전 대선이 있었던 2017년 당시보다 더 벌어졌다. 당시 선거사무원 시급은 5714원으로, 최저임금인 6470원 보다 756원 적었다. 5년 새 격차가 2000원 이상 커진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른 것과 관계가 깊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달성을 위해 취임후 1,2년차에 26% 이상 올린데 이어 역성장을 했던 지난해에도 올해 최저임금을 1.5%, 내년에는 올해보다 5.1% 올렸다.
예산이 뒷받침하지 못할 정도로 최저임금 인상속도가 빠르다는 뜻이다. 예산을 편성하는 기재부 역시 모든 단가를 한 번에 현실화할 수 없다는 이유로 예산을 증액하지 않았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단가 현실화를 요구해봤지만, 나라 곳간이 힘들고 재정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증액을 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작 본인들이 만들어 놓은 최저임금 기준은 지키지 못하면서 민간에게만 지키라고 강요하고 처벌 조항을 적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을 맞춰 지급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 떨어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관성적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확장 재정 기조 유지 등으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증가한 국가채무액은 408조1000억원(2017~2022년)에 달한다. 이는 앞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임기를 합친 총 9년간 늘어난 국가채무(351조2000억원)보다도 약 57조원 큰 규모다.
당장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인력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거란 우려도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점점 더 기피하는 업무가 되고 있다"며 "당장 내년 선거 관련 인력을 구하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선거가 있을 때마다 투개표 사무원, 공보 책자 발송, 길거리 벽보 등을 담당하기 위한 근로자를 모집한다. 통상 시·군·구 선관위에서 유관기관의 협조를 요청해 공무원, 교사, 은행원, 일반인 등을 모집하지만 인력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데다 최근엔 부정선거 개입 관련으로 형사고발 등의 조치도 취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다 보니 경상경비 자체가 늘어나는 부담이 생기는 것"이라며 "재정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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