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9.06 11:27

'탄소중립·脫원전' 돈 쓸곳 많은데…전력기금 지난해 되레 줄어

2020년 신규 조성액 1조9718억원…전년보다 1155억원 줄어
코로나19에 전기판매액 줄어든 영향
공자기금 누적 예탁 규모 4조원 아래로

사업비 규모는 증가세
신재생에 60% 이상 배정

연말부턴 원전 폐쇄·백지화 비용도 보전

[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지난해 전력산업기반기금 규모가 2001년 기금조성 이후 처음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에 따른 전기판매량 감소에 따라 신규 조성액은 줄어든 반면,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 등에 대한 사업비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6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2년 예산안 첨부서류에 따르면 2020년 전력기금 신규 조성액은 1조9718억원으로 전년(2조873억원)보다 1155억원(5.5%) 줄었다.
전력기금은 전력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기반조성을 목적으로 전기요금의 3.7%를 법정부담금으로 징수해 조성한다. 전기판매량에 따라 신규 조성액 규모가 결정되는 셈이다. 전력거래소 통계를 보면 전기판매량은 2019년 5억2050만MWh에서 2020년 5억927만MWh로 2.2% 줄었다. 이에 따라 판매액은 같은기간 56조5565억원에서 55조9186억원으로 1.1%(6379억원) 감소했다.
전기 판매액이 줄면서 전력기금 법정부담금도 예상보다 적게 걷혔다. 지난해 예산안 수립 당시 당초 2조2229억원을 징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론 이보다 2511억원(11.3%) 적은 1조9718억원만 징수 됐다.
전력기금은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을 계기로 정부가 3793억원 규모로 조성하면서 출발했다. 올해 규모는 지원사업비와 운용자금을 포함해 6조3940억원으로 커졌다. 하지만 지난해 법정부담금(1조9718억원)이 줄고 사업비는 늘면서 자산의 활용도 제고를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 예탁한 누적 규모는 2019년 4조300억원에서 지난해 3조9600억원으로 줄었다. 공자기금 예탁규모가 4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3년 만이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도서·벽지 전기 공급, 전기 안전 관리,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 전력수요 관리, 전력 연구개발(R&D) 등에 사용되는 사업비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 해인 2017년 1조6680억원에서 2018년 1조8364억원, 지난해에는 2조6484억원, 올해엔 2조6834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올해 기금은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60% 이상을 배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전력산업기반기금 상세 사용 내역’에 따르면 풍력·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1조6893억원(62.8%)을 쓴다. 전력기금이 줄어들 경우 신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을 위한 지원사업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전력기금 사용액뿐 아니라 사용처도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10월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통해 원전의 단계적 감축으로 인한 사업자 지출 비용을 정부가 기금 등을 활용해 보전한다는 원칙을 세운 바 있다. 지난 6월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근거 법령까지 갖췄다. 이에 따라 올 12월부터는 탈원전 정책에 따라 조기 폐쇄됐거나 백지화된 원전 사업 비용을 전력기금에서 보전할 수 있게 됐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사업 중단·보류 또는 조기 폐쇄된 원전은 총 7기로 이들 원전의 손실만 1조4445억원으로 추정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아직 4조원에 가까운 여유자금을 운영하고 있고, 글로벌 경기회복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기금 규모 감소세가 이어진다고 보긴 힘들다"며 "전력기금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지원 사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적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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