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4조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조8000억원 적자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 정책의 급격한 전환으로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늘고, 기후환경비용이 크게 증가했지만 9년만에 어렵게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한전의 경영부담만 키운 결과다.
6일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실이 한전에서 제출받은 '2021~2025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올해 한전의 영업손실 규모는 3조8492억원(발전 자회사 포함 연결기준)에 달할 전망이다. 발전 자회사 실적을 뺀 한전만의 적자 규모는 4조3845억원으로 오히려 커진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적자 규모(연결 기준 2조7981억원) 보다 1조원 이상 많은 것으로, 한전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보고서에서 "2021년에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3조8000억원의 적자전환이 예상된다"며 "2022년 이후 연료비 조정요금 정착 등으로 영업흑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지난해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4조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보인데다 탄소중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투자, 기후환경비용 등이 커지면서 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반면 올해 도입한 연료비-전기요금 연동제가 사실상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수입은 나아지지 않았다.
정부는 1분기 첫 적용 이후 연료비 상승으로 2, 3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했지만 물가관리를 이유로 전기요금을 두 차례나 동결했다. 한전에 따르면 전기요금이 1% 오를 경우 한전의 세전순이익은 반기 기준 2688억원, 연간 기준 5375억원 증가한다. 값싼 전원인 석탄화력발전 가동률 감소 또한 한전의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가격 상승분이 하반기에 본격 반영되면서 4분기 전기요금을 올려도 생산원가 상승을 전부 반영하기 어렵다"며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4분기에도 전기요금 인상을 무산시킨다면 연료비 연동제는 물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땅에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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