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9.01 11:39

제3자 유동성으로 수급불균형 해소…널뛰는 탄소배출권 가격 잡는다

그동안 할당업체간 거래 일시 몰려 가격 급등락

거래 많아질수록 정보 누적
정확한 가격 평가도 기대

증권사당 보유한도 20t
향후 점진적 확대 계획

[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환경부는 탄소배출권거래시장에 대한 제3자 참여 여부에 신중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도 "가격이 급격히 올라도 제3자 거래를 찬성한다는 것인지에 대한 업계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당사자 간 탄소배출 거래의 단점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유동성 공급을 통해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을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현재는 대부분 배출권할당업체 간에 거래가 이뤄지고, 배출권 의무이행을 위해 거래가 일시에 몰리는 탓에 가격이 요동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투자 목적으로 배출권을 매매하는 제3자를 통해 유동성을 늘릴 경우 가격 안정화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1일 한국거래소 배출권시장 정보 플랫폼에 따르면 2021년물 탄소배출권(KAU21)은 1t당 2만8000원이다. 지난달 2일(2만1300원)보다 6700원 비싸졌다. 약 한 달 만에 배출권 가격이 31.5% 뛴 셈이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올 1월4일 2만3000원으로 시작해 21일에는 1만7150원까지 내렸다가 3월30일엔 2만200원으로 올랐다. 이후에도 4월19일 1만5400원까지 떨어진 후 7월30일엔 2만850원에 팔렸다. 배출권 가격이 올해에만 1만1550원(6월23일)에서 2만9500원(8월25일)까지 널뛰기를 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 같은 가격 급등락의 주요 원인을 거래량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으로 보고 있다. 가격이 뛰면 물량을 감추고, 떨어지면 매물이 쏟아지는 탓에 변동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제3자 유동성이 공급될 경우 가격 안정 효과가 클 것으로 환경부는 기대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배출권이 부족한 업체가 사려고 할 경우 가격이 급등하거나, 반대로 남아서 팔려고 할 땐 가격이 급락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제3자가 보유한 배출권은 시장의 유통수량을 증가시켜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수급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배출권 가격에 대한 보다 정확한 평가도 기대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탄소배출권을 일정량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할당업체가 아닌 투자 목적의 제3자가 참여하면 그만큼 거래 수요가 늘어나 거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또 거래가 빈번해질수록 배출권 가격에 정보가 더 많이 반영돼 정확한 가격평가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당초 탄소배출권 거래 제3자 참여는 환경부가 2019년 말 수립·발표한 ‘제3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에 포함된 사안이다. 하지만 제3자가 배출권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경우 되레 가격이 급등하거나, 가격 상승 기대감에 따라 사들이기만 하는 경우 유동성이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원점 재검토에 착수했다.
환경부는 배출권 할당업체를 중심으로 제도 도입 여부에 대한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업체들은 공통적으로 유동성 확대가 더 시급하고, 제3자 당 20만t이라는 한도가 있어 가격 급등 우려는 적을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소중립 달성 과정에서 배출권 가격이 점진적으로 오르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제3자 참여의 유동성 공급이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더 컸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시장인 유럽의 탄소배출권은 지난달 31일 기준 1t당 60.51유로(약 8만2758원)에 거래됐다. 지금도 한국보다 3배 가까이 비싼 상황인데 연말엔 110유로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배출권 가격도 장기적으론 우상향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환경부는 제3자 거래 참여 이후의 시장 상황을 점검해 유동성 공급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입증될 경우 현재 20만t으로 제한된 증권사당 보유한도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할당업체의 여유분을 증권사가 대신해서 거래하는 ‘위탁매매’와 개인의 경우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한 간접투자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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