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8.31 11:20

금리인상 후폭풍…이틀새 4조7천억 뭉칫돈 몰린 은행 예금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대내외 금융시장 불안 등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도 안전자산으로 자금 이동을 부채질하는 모습이다.
한은의 연내 추가 금리 인상 예고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주식 시장과 가상화폐 등에 몰렸던 자금시장의 머니무브(돈의 이동)현상은 더욱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27일 기준 659조5362억원으로 기준금리 인상 직전인 25일 654조8078억원과 비교해 이틀 만에 4조7284억원 늘었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큰 변동이 없었으나 기준금리 인상 소식이 전해지며 빠르게 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17일과 비교하면 열흘 만에 10조7393억원 급증했다.
정기예금이 늘어나는 건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은행들의 금리 인상으로 예금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데다 주식 등 투자상품의 일부 조정이 예상되면서 돈을 묶어두는 투자자가 늘고 있어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 상승뿐 아니라 예금금리 상승도 자금시장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중은행들은 이번주부터 일제히 예·적금 금리 조정에 들어간다. 30일 신한은행이 예·적금 상품의 기본금리를 0.2~0.3%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NH농협은행도 9월1일부터 0.05~0.25%포인트 올릴 예정이다. 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도 조만간 예·적금 금리를 상향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기존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이에 따라 시중 여유 자금은 고금리 상품을 찾아 움직이는 등 자금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금융IT학과 교수는 "긴축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기때문에 안전자산으로의 돈의 이동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며 "당분간 위험자산에서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질 수 있는 등 변곡점을 맞은 만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세와 유동성 조정 국면을 고려한다면 금리 인상이 대안이 될 수밖에 없고, 급격한 인상보다는 소폭으로 지속 조정될 것"이라며 "이 같은 방향성에서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상승기에 맞춰 현금 자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학수 하나은행 도곡PB센터지점 PB팀장은 "금리 상승기에는 실물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고 현금자산의 가치가 올라간다"며 "투자상품의 비중을 줄이고 현금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정기예금을 한다면 가급적 만기가 짧은 고정금리 상품이나 계약기간 내 자동 금리연동으로 예금관리를 할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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