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 금융당국 수장을 맡게된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31일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고 후보자의 최우선 과제는 18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관리’다. 가계부채 급증을 억제하며 실수요자를 보호해야 하는 난제를 맡게 된 고승범호(號)에 금융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고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보고서를 곧 재가할 방침이다. 고 후보자는 대통령 재가를 거쳐 내일 중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전임자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임식을 가졌다.
고 후보자의 최우선 과제는 스스로 꼽았듯 ‘가계부채’다. 유례 없는 저금리 상황 속에 가계부채는 지난 1년간 약 170조원 불어나며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가계부채 급증으로 부동산과 주식에 낀 ‘자산 거품’이 심각하다는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고 후보자는 취임과 동시에 가계부채 추가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가용 가능한 모든 정책역량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기존 대책만으론 역부족이라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특히 고 후보자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카드를 거론했다. 2023년까지 전면 시행하기로 한 차주별 DSR 확대 일정을 앞당기겠단 것이다. 또한 은행권에 비해 느슨한 2금융권 DSR 규제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규제 차익을 이용해 2금융권에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뚜렷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 후보자는 무주택자 등 서민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완 대책도 함께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신용대출까지 모두 묶은 대출 총량규제로 ‘실수요자가 피해가 본다’는 청문회 지적에 대해 그는 "어려움을 겪지 않게 세심하게 배려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줄폐업 현실화 우려도 시급한 과제다. 신고 유예기한이 다음 달 24일로 끝나는데 요건을 갖춰 신고한 곳이 단 1곳에 불과하다. 고 후보자는 소비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신고기한 연장은 없다는 ‘보수적 입장’을 견지 중인데 취임 이후 정치권과 업권에서 간담회 등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져 그의 태도가 변화될 지 여부가 주목된다.
고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서 다음달 말 종료되는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의 연장 가능성도 언급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여전해 재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자상환 유예 조치에 대해 금융권 인식이 부정적인 만큼 어떤 논리로 설득에 나설 것인지 주목된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대환대출 플랫폼’을 둘러싼 조율도 금융위 입장에서는 중요 과제 중 하나다. 은행권의 빅테크 종속 우려로 표류해왔던 상황인데 고 후보자는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10월 출시로 목표로 업권간 소통에 나섰던 금융위 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아울러 국회에 계류 중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한국은행과의 논의, ‘먹튀 논란’을 불러온 머지포인트 사태의 재발 방지 등도 고 후보자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꼽힌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징계 수위 결정도 그에게 남겨진 과제다. 앞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7일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징계 취소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와 관련한 다른 금융사 최고경영자에 대한 징계 수위도 대폭 감경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다른 CEO들의 제재 수위 등을 결정한다는 뜻을 내비쳤던 바 있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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