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8.27 16:03

[광장] K-인삼, 위기를 기회로




이지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고려인삼은 김치와 더불어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종주국으로서의 자긍심이 높은 국가대표 약용작물이다. 수출액은 2020년 기준 약 2억3000만 달러로, 신선 농산물 중 굳건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 국민에게 인삼은 예부터 귀한 한약재였고 지금도 건강식품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가 일상이 된 지금, 대부분의 국민은 인삼 소비가 크게 늘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내 인삼 소비량은 2019년 기준 1인당 300g을 밑돌았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코로나19로 국내외 관광객이 줄고 각종 행사가 취소돼, 재고량 증가와 가격 하락을 불러왔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우리는 인삼에 대한 국민의 생각을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최근 언론 기사에 달린 국민 반응을 보면 인삼은 가격이 비싸고 맛이 써서 손이 잘 가지 않는 식재료라는 의견이 많다. 식품으로서의 용도를 잘 모르겠다는 의견과 모양과 크기, 연근(年根)별 성분과 효능의 차이가 헷갈린다는 반응도 있다. 구매가 어렵고 보관이 힘든 문제도 소비를 주저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인삼 소비 활성화를 위해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생활 속에서는 매일, 자주 먹을 수 있는 대표 식재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삼을 단독 재료가 아닌 다른 품목과 융합해 새로움과 대중성으로 소비자의 오감을 훔칠 수 있게 하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쉽고 간편하게 응용할 수 있는 조리법 개발과 전문 요리연구가, 유튜버 등 영향력자(인플루언서)를 활용해 효과적인 홍보를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다. 인삼에 대한 국민 인식을 일부분이나마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노동력 부족, 기후 온난화 등 농업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하여 디지털과 저탄소라는 그린 농업의 기조 아래 내수와 수출 모두 지속 가능한 ‘K-인삼’ 산업의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힘쓰고 있다. 신품종 육종에서는 염류가 많은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천량’이라는 품종을 필두로 병과 고온에 대한 저항성이 강한 여러 품종을 개발하고 보급 확대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뼈 건강 개선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등 인삼의 새로운 기능성이 새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삼이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 완화에도 효과가 있음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정책과 제도 분야에서도 속도감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유통시장에서는 등급별 품위 기준이 40여 개에 이른다. 현재의 복잡하고 관행적인 품질 기준에서 벗어나 국민이 이해할만한 과학적인 기준을 제시해 유통 혁신을 이뤄야 한다. 예를 들면 수삼의 거래도 일률적인 75㎏ 대용량에서 5~10㎏ 소용량 단위를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또 소비자들이 손쉽게 인삼을 접할 수 있도록 1~10여 뿌리 포장과 함께 위생적이며 저장 기간이 긴 세척 인삼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
‘위기(危機)’에는 위험(危險)과 기회(機會)가 공존한다. 지금 인삼산업의 위기는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삼국시대부터 외교활동이나 교역에 사용되며 높은 인기를 누렸던 우리의 고려인삼. 명품 인삼이 한류 원조의 명성을 되찾길 바란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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