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법 위반 행위 제재'를 계기로 '과징금 감경기준' 개선에 나선다.
지난 19일 공정위는 쿠팡이 자사의 최저가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납품업자에게 ‘경쟁 온라인몰 가격을 올리라’고 요구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
과징금 부과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줄었다. 쿠팡이 자본잠심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 공정위가 과징금을 깎아줬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위반사업자의 현실적 부담능력을 고려해 과징금을 감액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 기준에 따라 자본잠식 상태인 쿠팡의 과징금을 경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과징금 고시는 '의결일 직전 사업연도 사업보고서상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경우 2차 조정된 산정기준의 '100분의 50' 이내에서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본잠식 상태인 경우 현실적 부담능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과징금을 경감해주는 것이다.
쟁점은 '과연 쿠팡이 과연 현실적 부담능력이 없느냐'다. 공정위 사무처(검찰격)는 쿠팡은 매출액이 2016년 1조9000억원에서 2018년 4조3000억원, 2020년 13조9000억원으로 연평균 60% 이상 성장하고 있고, 적자는 영업부진이 아닌 사업 전략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 부담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현행 과징금 고시에 따른 경감사유를 근거로 과징금을 70억원에서 32억9700만원으로 줄여줬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원회도 쿠팡이 과징금을 부담할 능력이 없다고 본 것은 아니고, 현행 규정상 감경요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과징금을 줄여준 것"이라며 "이번 사례를 계기로 과징금 경감기준을 손 볼 것"이라고 말했다. 과징금 고시를 고쳐 쿠팡처럼 계획된 적자 전략을 펼치는 사업자의 경우엔 감경사유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쿠팡 사건을 계기로 제도개선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올 4월 공정위는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하며 쿠팡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동일인으론 쿠팡㈜을 지정했다. 공정위는 당시 쿠팡 의장인 김범석 창업자를 총수로 지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외국인 총수 지정 전례가 없고, 외국인 동일인을 규제하기 어려운 제도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행 제도·법 체계로는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할 근거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관련 연구용역 등을 통해 동일인 정의와 요건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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