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제플랫폼 머지포인트 대규모 환불 사태로 손실보상 대비를 해놓은 유통대기업을 제외한 다수 제휴 개인사업자의 상당한 손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18일 서울 영등포구 '머지포인트' 본사 모습. 사진=김현민 기자
모바일 할인 결제 플랫폼인 머지포인트 사태 피해자 수천명이 운영업체 ‘머지플러스’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소송에 나선다. 관련 이벤트나 판매 중개를 했던 금융사와 e커머스 업체를 상대로 소송할 가능성도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머지플러스를 상대로 승소해도 모든 피해 금액을 복구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소송참여자와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20일 ‘머지포인트 사기 환불 피해자 소송 보상 커뮤니티(머사모)’를 운영하는 고모씨는 "현재 소송참여 희망 인원은 2000여명 정도로 본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1인당 전액 환불을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머사모는 머지포인트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위해 만든 커뮤니티다. 약 4만2000명이 이용하고 있어 관련 커뮤니티 중 가장 크다.
고 씨는 "현재는 변호사를 물색하는 단계며 이번 주 내로 모집할 것"이라면서 "여의치 않을 시 직접 법무법인을 찾아 9월 안으로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형사고발에 대해서는 "손해배상만 다 받을 수 있다면 거기서 끝낼 생각"이라고 했다.

사진=김현민 기자
그는 추산피해 규모에 대해서는 "통상 5만원에서 200만원 사이로 다양하다"며 "평균 30만원 정도로 잡고 계산하는데 이렇게 해도 이미 6억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아직 본격적인 참여를 받은 게 아닌 만큼 인원과 규모는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고씨의 판단이다.
하지만 승소 여부와 별개로 머지플러스에서 피해 금액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머지플러스 측은 환불작업이 진행 중이며 권남희 대표까지 "정상화 계획이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환불 규모와 일정은 깜깜이 상태다. 일각에서는 머지플러스가 자본잠식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사·이커머스도 소송 검토…"소비자 피해 외면"머지플러스와 연계해 이벤트를 펼친 금융사나 판매를 중개한 이커머스 업체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머지플러스 관련 이벤트를 펼친 금융사에는 토스·하나멤버스·페이코가, 머지포인트 판매를 중개한 이커머스에는 티몬·지마켓·11번가·위메프 등이 있다. 고씨도 이들 업체에 소송하는 방안을 검토했느냐는 질문에 "논의 중"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머지포인트' 본사에 대면환불이 불가능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 사진=김현민 기자
금융사의 경우 이슈였던 머지포인트를 크게 강조하며 포인트 판매 과정에서의 수익 창출과 고객유입 효과를 누렸다. 토스는 ‘머지X토스’ 론칭 기념 이벤트로 구독지원금 5만 토스포인트와 구독료 100% 캐시백 등을 제시했다. 하나멤버스 역시 ‘머지플러스X하나멤버스’ 프로모션 론칭 기념을 강조하며 구독지원금과 캐시백 이벤트를 펼쳤다. 이커머스 업체는 객단가가 큰 상품권을 중개하며 중간수수료를 챙겼다. 오픈마켓이 상품권 판매 업체로부터 3~10%로 수수료를 챙기는 걸 고려하면 머지포인트 판매로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챙긴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사와 중개사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사들은 마케팅 계약 제휴가 아닌 단순 포인트 판매 계약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커머스도 최초 판매 당시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었으며, 이미 포인트를 등록한 경우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빠른 환불작업이 이뤄지려면 금융사나 이커머스가 소비자에 보상하고 추후 머지플러스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일부 업체의 경우 판매약관에 소비자 피해 발생 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음에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머지포인트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이들 업체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한 피해자는 "이커머스가 단순히 중개했다는 이유만으로 환불과 소비자 피해 복구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며 "슈퍼에서 상한 농작물을 구매해 환불을 요구했는데, 우린 중개만 했으니 밭에 가서 환불받으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피해자는 "그럼 앞으로도 금융사와 이커머스는 부실한 업체의 상품을 검증 없이 계속 팔겠다는 말이냐"고 꼬집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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