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8.17 11:28

불안이 잠식한 집값…이젠 거래조차 두렵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이제와서 수수료율 좀 낮아지면 뭐합니까. 집값이 치솟으면서 부담은 늘대로 늘었는데…."
17일 국토교통부가 개최하는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 공청회를 앞두고 공개한 중개수수료율 개편안에 대해 쏟아지고 있는 반응이다. 집값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으면서 국민들의 주거 부담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 대한 민심이다. 거래 수수료는 물론 취득-보유-양도 등 전 부동산 유통의 전 과정에서 세금 부담이 늘어나 마음대로 집을 사고 팔기조차 힘든 상황이 된 탓이다. 정부가 뒤늦게 과도한 중개수수료를 줄이겠다며 개편안을 내놓았지만 집값이 잡히지 않는한 백약이 무효라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9억 아파트 중개수수료 반값으로 낮추지만 = 중개수수료율 개편안은 매매 계약의 경우 거래금액 2억~9억원은 0.4%, 9억~12억원은 0.5%, 12억~15억원은 0.6%, 15억원 이상은 0.7%의 요율 상한을 적용하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꼽힌다. 국토부와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3가지 안 중 ‘2안’이다. 이 안대로라면 현재 6억~9억원의 요율 상한은 0.5%에서 0.4%로 낮아진다. 9억원 이상부터 일률적으로 0.9%로 돼 있는 것이 9억~12억원, 12억~15억원, 15억원 이상으로 구간을 나눠 각각 0.5%, 0.6%, 0.7%로 하향된다. 즉, 9억원짜리 주택을 거래할 때 수수료 상한은 현행 81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15억원짜리 거래의 경우 1350만원에서 1050만원으로, 20억원은 18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인하된다.
전세, 월세 등 임대차 계약 수수료율의 경우 1억~9억원 0.3%, 9억~12억원 0.4%, 12억~15억원 0.5%, 15억원 이상 0.6%의 요율 상한을 적용한다. 2안이 확정되면 9억원짜리 거래 수수료 상한은 현행 720만원에서 360만원으로 절반으로 떨어진다. 15억원짜리 거래는 12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20억원 거래는 16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각각 낮아진다.
◇서울 아파트 매매 수수료 5년새 3배 급등 = 그동안 집값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이 거셌다. 중개수수료가 거래금액 대비 일정 비율로 산정하는 만큼 집값이 오르면서 중개수수료도 덩달아 뛰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11억5751만원이다. 이 가격에 최대요율인 0.9%를 대입하면 중개수수료는 1041만여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아파트 중개수수료만 1000만원을 넘게 내야 한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지난 2017년 6억2448만원에서 2018년 7억3821만원, 2019년 8억2278만원, 2020년 9억5033만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해당 가격으로 중개수수료를 계산해보면 2017년 312만여원, 2018년 369만여원, 2019년 411만여원, 2020년 855만여원 등이다. 단순 비교하면 중개보수가 5년새 3배 넘게 뛴 셈이다.
◇취득세 등 이사비용 증가→매물감소→집값상승 ‘악순환’ = 문제는 집값이 오르면서 취득세도 치솟았고 여기에 양도소득세 등 거래에 따른 세 부담이 가중되면서 거래 절벽이 심화하는 현상을 야기시켰다는 점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2배 가까이 올랐다. 만약 문 정부 출범 초기 6억원이었던 서울 아파트가 현재 9억원이 넘었다면, 취득세율은 1%에서 3%로 3배 뛰게 된다. 즉 지난 2017년에 6억원짜리 집을 산 사람은 취득세로 600만원을 내면 됐지만, 이 집이 9억원 넘게 오른 현재 시점에 산다면 취득세 부담은 2700만원으로 4.5배 높아진다.
매수자는 집값 상승에 따른 부담 뿐만 아니라 무거운 취득세, 중개수수료까지 3중고를 겪게 되고 매도자도 중개수수료는 물론 양도세 중과 부담에 집값을 올려 받고자 하는 마음이 커진다. 이처럼 취득세, 공인중개사 수수료 등 각종 거래비용이 늘면 시장 매물은 더 줄어들게 되고 이는 다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세금 규제를 강화했지만 집값이 급등하면서 결국 거래에 따른 비용 부담만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며 "무주택자나 다주택자는 물론 집 한채 가진 사람도 거래 비용이 무서워서 집을 사고 팔기 어려워진 셈"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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