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8.14 12:50

오세훈, 왜 진보 개혁론자 김헌동 SH 사장 앉히려 할까? [박종일 자치통신]

오세훈 시장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로 밀고 있는 것으로 보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취재 결과 김 본부장이 SH 사장 후보로 접수한 자체가 이례적이다. 김 본부장은 지난 25년간 경실련에서 시민운동을 한 사람으로 공기업 사장에 응모할 것은 예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본부장이 13일 오후 SH 사장 후보자로 접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후보자 면접과 서울시의회 청문 절차도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차기 SH 사장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왜 오 시장은 개혁론자인 김 본부장을 SH 사장에 밀까?
오 시장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당선돼 취임하면서 서울시 산하 기관장인 SH 사장에 김현아 전 국민의 힘 비례 국회의원을 내정했다.
오 시장과 바른정당 등에서 정치를 함께 해온 김 전 의원이 문재인 정부가 세제 분야 등 적극 개입해 부동산이 폭등한 결과를 나타냈다는 주장을 함으로써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집중 제기한 전문가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청문회 과정에서 주택 2, 오피스텔·상가 등 부동산 4채 보유로 인한 국민적 공분을 불어일으킨데다 청문 태도 등이 문제되면서 낙마했다.
오 시장도 취임 후 본인이 낸 첫 작품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오 시장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힘 차기 대권 주자 0순위자로 끊임 없이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김현아 카드를 접음으로써 본인에게 큰 상처를 준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은 김현아 전 후보와 전혀 색깔이 다른 김헌동 카드를 내 놓은 것으로 보인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개혁본부장은 철저한 진보론자다. 부동산 가격 거품론을 들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및 반값 아파트 분양 등을 일관되게 주장할 정도다.
이런 이유로 오 시장이 김현아와 180도 다른 김현동 카드를 꺼내들어 시장에서도 어리둥절한 실정이다. 한 부동산 사이트 유투버는 14일 "모 언론이 '김헌동 본부장 SH사장 유력'으로 보도했는데 잘못 쓴 것 같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상하다는 반응이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물론 많은 서울시민들도 김 본부장이 SH 사장에 가는 것이 아니냐며 배경에 궁금증을 내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서울시 의원은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이 김현아 낙마 이후 진행된 2차 SH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사장 후보로 접수했다는 자체가 깜작 놀랄 일”이라며 “이는 오 시장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오 시장은 김 본부장을 서울시 서민주택 공급 회사인 SH 사장 후보로 왜 밀었을까?
김 본부장은 평생을 진보적 시민운동을 해왔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문 정부 부동산 정책을 집중 비판한데다 4.7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측을 어느 정도 지원한 차원도 있다는 분석도 나와 주목된다.
이런 인연에다 오 시장이 이번까지 SH 공사 사장 후보를 잘못 내 실패할 경우 자신의 향후 정치적 미래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고 김헌동 카드를 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 시장이 자신의 향후 정치적 행보를 위해 ‘진보적 보수 정치인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 김현아 전 SH 사장 후보가 홍준표 국민의 힘 대권 후보 등으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으면서 오 시장이 반전 카드로 김현동 카드를 쓴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오 시장이 김헌동 본부장을 후보로 내세울 경우 서울시의회 청문회도 큰 문제 없이 통과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서울시의원은 “오 시장이 김헌동 카드를 낸 것은 청문회 통과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는 것에서도 이런 전망이 가능해 보인다.
박원순 시장 시절 처음 도입된 서울시의회 청문회에서 김현아 전 사장 후보를 처음 낙마시켰지만 청문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LH 사건 이후 특히 부동산 공기업 관계자들 문제가 전 국민적 관심사안이여 진보적 색채가 강한 김헌동 카드를 전격적으로 쓴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향후 김헌동 카드는 면접과 청문회 과정을 무난히 통과할 것인가?
SH사장추천위원회 면접은 사실상 요식행위나 다름 없다. 그래서 서울시장 뜻이 반영된 후보가 1순위로 올라갈 것이다.
그러면 서울시는 서울시의회에 SH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요청할 것이고 시의회는 도시계획관리위원회 SH공사사장청문위원회(위원장 노식래)를 중심으로 사장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과 전문성 등을 집중 점검하게 될 것이다.
특히 김 본부장은 쌍용건설 부장을 지냈지만 경실련에서 25년 동안 부동산 거품 제거 등을 위해 노력을 해온 당사자이기 때문에 도덕성과 전문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본부장이 시의회 청문 절차를 거쳐 SH사장에 취임할 경우 회사 내부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후보 스스로 SH 공사에 대해 토지 및 주택 분양 등을 하지 말고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등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H공사는 향후 분양 아파트 공급 보다는 임대아파트 공급 측면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SH 경영 상황은 결코 밝아보이지 않다. 이로써 벌써부터 SH 내부에서는 김 후보자가 사장으로 오는 것에 대해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1차 김현아 후보 낙마 이후 빠른 시일내 후보 접수를 한 것을 보면 면접과 청문회도 단축시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9월 이내에는 SH 사장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전임 사장 퇴임 후 사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조직 내부도 이완됐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추석 이후 새 수장을 맞을 SH가 변신을 통해 새로운 항해를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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