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8.13 11:54

"신혼부부는 넓은 집서 살면 안 되나요" 수요-공급 미스매치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신규택지 지구인 성남 복정1지구 사전청약 접수처에서 시민들이 청약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택 가격 안정에 사활을 건 정부가 ‘닥공(닥치고 공급)’에 나서고 있지만 무주택자들의 거주 선호·수요와 맞지 않는 수요공급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정부는 신혼부부 등 젊은층의 내집마련에 초점을 맞추 소형 주택 공급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시장의 수요는 오히려 중형 아파트로 쏠리는 모습이다.
13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사전청약 1차 지구 청약 결과를 보면, 수요자들의 청약 선호가 소형 보다는 중형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709가구 공급에 3만7000여명이 신청한 인천 계양지구의 경우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84㎡(전용면적)의 경우 평균 경쟁률(52.6대1)을 훌쩍 웃도는 38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급은 단 28가구에 불과한데 1만670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84㎡는 분양평수 32~33평형대 아파트다. 이 단지 59㎡가 26.8대1, 74㎡가 76.2대1로 그친 것과도 대비된다. 남양주진접2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51㎡은 3.8대1, 59㎡는 10.1대1에 그친 반면 84㎡은 112.3대1에 달했다.
중형아파트가 높은 경쟁률을 나타낸 것은 정부가 상대적으로 중형 보다는 소형 비중을 너무 늘린 것도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인천 계양의 경우 84㎡는 28가구에 불과한 반면 59㎡은 512가구나 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2030의 패닉바잉을 막기 위해 사전청약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수요자의 선호와는 다소 어긋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공급 방침이 수십년전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20년~30년전과 대비해 국민소득수준은 굉장히 높아졌다"며 "최근 매매 동향을 봐도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환경이 마련되면서 넓은 평형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수요자들의 청약 기회비용에 대한 고려도 중요하다는 평가다. 민영아파트의 경우 가점제의 당첨 커트라인이 치솟으면서 사실상 무주택기간 만점을 채우려면 최소 15년이 기간이 소요된다. 신혼부부·생애최초 등 특별공급은 평생에 단 한차례 기회가 주어진다. 여기에 재당첨제한이 최대 10년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인기 지역 아파트 당첨 기회는 평생 한번인 셈이다. 사전청약에서 중형아파트에 많은 청약자가 몰린 것 역시 ‘어차피 한번이라면 큰 평수가 낫다’는 수요자들의 선택이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가점제 인플레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현행 84점 만점인 가점제에서 무주택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점수는 69점이다. 반면 올해 서울에서 분양된 85㎡ 이하 아파트 6곳의 평균 당첨 가점은 67.17점이다. 일부 단지는 평균 가점이 74점인 곳도 있었다. 이번 사전청약에서 인천계양 아파트에 청약한 K씨는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기는 하지만 소형 아파트에 청약통장을 쓰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84㎡로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사전청약 당첨자의 청약통장은 향후 본청약이 확정된 이후 효력이 상실된다. 사전청약 포기시 1년간 사전청약 참여가 제한된다.
일각에서는 다자녀 가구의 경우 84㎡조차 다소 좁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장경석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자녀가 3명 이상인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의 경우 일반적으로 방 3개·주방·거실 형태의 84㎡ 주택이 공급된다"면서 "그러나 이는 성별이 다른 3자녀 이상인 가구 수요에 못미치는 면적·공간구성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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