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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서울 도심에서 전세살이 중인 결혼 4년차 김모씨(33)는 최근 집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또래들이 차츰 내 집을 갖기 시작하면서 괜히 뒤처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다. 조금씩 커가는 아이를 위해서도 안정적인 보금자리가 필요해졌다. 지금이라도 ‘영끌’해 집을 사야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다가도, '지금이 고점'이라는 정부의 경고에 연일 마음이 흔들린다. "박탈감 느낍니다.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할까요?"
전문가들은 실거주 목적의 무주택 서민이라면 고민 말고 집 구매에 나서도 된다고 조언한다. 대신 대출을 무리하게 끌어오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자금여력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구축 아파트를 사는 것 외에 정책적 수혜를 입을 수 있는지 다양한 기회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세가지 키워드는 ‘특별공급’, ‘대출한도’ ‘무순위 청약’으로 압축된다.
◆특공 활용…가장 저렴하게 새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아파트 분양의 ‘특별공급’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저렴하게 새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고, 자금 마련에도 시간적 여유가 있어 부담이 덜하다"며 특공 대상이 되는지, 당첨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공은 가점에 따라 당첨 여부가 나뉘는 일반공급 청약자들과 경쟁하지 않고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제도다. 현재 분양가 9억원 이하 공공분양에서 85㎡(전용면적) 이하 주택은 전체 물량의 85%가 특별공급으로 풀린다. 민간분양은 이 비율이 50%다. 결혼한지 7년을 넘지 않았다면 ‘신혼부부 특공’을 고민해볼 수 있다. 특공 물량의 최대 30%(공공분양 기준)가 신혼부부 특공으로 배정되기 때문이다.
다만 신혼부부 특공은 소득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배정물량의 70%가 우선공급되는 기준 소득은 ‘도시근로자 월평균 100%(맞벌이 120%)’다. 맞벌이 기준 3인 이하 가구는 월평균 723만6192만원, 4인 이상 가구는 851만3046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기준 소득을 넘는 경우에는 맞벌이 기준 3인 이하 가구는 최대 964만8256원, 4인 이상 가구는 1135만원까지만 지원이 가능하다. 모두 세전기준이며, 경쟁이 있을 경우 미성년 자녀가 있어야 1순위로 분류된다.
과거 주택을 구매한 사실이 없다면 생애최초 특공도 노려볼 수 있다. 다만 이 제도는 소득과 함께 자산 제한도 뒤따른다. 부동산은 자산 평가액이 2억1550만원 이하여야 하며, 자동차 차량가액은 3496만원 이하여야 한다. 중소기업에 오래 근무했다면 ‘중소기업 장기근속자 기관추천’ 특공을 찾아봐야 한다. 중소기업에 5년 이상 다니고, 무주택자라면 신청 가능하다. 일반분양 물량의 약 2%를 배정받지만,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재직기간이 길수록 당첨에 유리하다.

◆구축으로 선회했다면…자금계획부터 세워야= 특공 대상이 되지 않거나 청약 당첨을 포기해 구축 아파트 매매로 마음을 돌렸다면 대출을 포함해 자금조달 가능 범위를 먼저 살펴야 한다. 내가 살 수 있는 주택 금액이 최대 얼마인지 꼼꼼히 따져 지역과 구매 대상을 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무주택 서민들에 대한 대출규제가 완화된 만큼 이 기회를 노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정부는 최근 정책금융상품인 보금자리론과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을 완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보금자리론은 6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최대 3억6000만원까지, 은행 LTV는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최대 4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만일 7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한다면 기존 대비 1억2000만원 가량 대출을 더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여 수석연구원은 "과거 대비 가격이 상당히 많이 올라서 거품이라고 느껴질 수 있지만 가격이 일부 조정된다고 해도 실거주 목적이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집값은 언젠간 오르게 돼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출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는 만큼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와 매수에 나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순위 청약, 추첨제 물량…기회를 놓치지 말고 꾸준히= 일명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과 추첨제 물량은 30대들에겐 틈새 시장과도 같다.
추첨제는 말 그대로 무작위 추첨으로 청약 당첨자를 선별하는 방식이다. 85㎡ 초과 주택을 대상으로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전체의 50%, 청약과열지역에서는 70%가 추첨제 물량으로 풀린다. 85㎡ 이하 물량의 경우 청약과열지역에서 25%, 비규제지역에서 60%가 추첨제로 당첨자를 가린다. 비규제지역의 경우 85㎡ 초과는 100% 추첨제다.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특공이나 가점제 물량 보다 경쟁률이 높지만 틈새는 있다. 추첨제 물량의 75%가 무주택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다만 중대형인 만큼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또 해당 지역 거주 요건이 있는 경우도 있어 청약 전 거주지 이전 등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무순위 청약은 입주자를 모집한 이후 미계약이나 부적격 등의 이유로 발생한 잔여 물량에 대해 새롭게 분양 신청을 받는 것을 말한다. 만 19세 이상이고, 해당 아파트 광역권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올 하반기에는 과천자이, 과천위버필드 등 과거 ‘로또 열풍’을 일으켰던 알짜 단지들에서 ‘줍줍’ 물량이 나올 예정이다.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20가구 남짓 물량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1일에는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 개포에서 5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이 진행된다. 84㎡가 14억1760만원으로 당첨만 되면 15억원 가량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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