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랜드바이저 서비스 화면 모습 [사진=태평양감정평가법인]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일선 감정평가법인이 직접 프롭테크(Proptech) 시장에 뛰어들면서 관련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일반 프롭테크 업체가 감정평가 시장 진출을 노리며 업계와 갈등을 빚었지만 이번에는 감정평가업체가 프롭테크 시장에 뛰어든 것이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태평양감정평가법인은 전국 모든 부동산의 시세를 온라인으로 조회할 수 있는 웹서비스 ‘랜드바이저(Landvisor)’를 론칭했다. 감정평가법인이 직접 웹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평양감정평가법인은 전국 15개 본지사에 200여명의 감정평가사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감정평가법인이다.
랜드바이저는 연간 실거래 데이터뿐만 아니라 감정평가법인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탁상감정 정보를 추가적으로 활용해 부동산 추정시세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서비스 제공범위는 전국 모든 부동산으로 거래가 많지 않은 비도시 지역까지 제공되는게 특징이다.
온라인 시세추정 서비스는 2016년부터 빅밸류(로빅), 공감랩(하우스머치), 4차혁명(밸류쇼핑), 랜드북, 나집사랩, 공간의 가치 등 여러 프롭테크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는 분야다. 기존 감정평가사들은 이들 프롭테크 기업들이 감정평가사를 통하지 않고 유사감정평가 행위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실제로 한국감정평가사협회는 지난해 5월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빅밸류의 빌라 시세 자동산정 서비스를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했다. 이에 빅밸류는 해당 서비스는 금융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됐고 국토교통부로부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도 받았다며 반발했다. 경찰이 지난 5월 빅밸류를 무혐의 불기소 처분하면서 일단락됐지만, 감정평가사협회는 현재 추가 법적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빅밸류의 서비스는 시세 산정이 어려운 빌라의 시세를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자동으로 산정하는 서비스다.
이처럼 기존 감정평가사들과 빅밸류 등 프롭테크 기업들의 사회적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감정평가법인의 프롭테크 시장 참여가 업계 전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성범 감정평가사는 “IT 서비스·디지털화 등 시대적 흐름에 맞서는 대신 전문성을 가진 평가사들이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 전체를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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