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남산을 찾은 시민들이 서울 강남 일대를 보고 있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사전청약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입주 대기가 무한정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전청약의 경우 무주택자들의 주거불안을 해소하고자 본청약에 1~2년 앞서 입주자를 미리 뽑는 것이다보니 후속일정이 늦춰지면 10년 가까이 전셋집을 떠돌아야 할 수 있어서다. 사전청약 당첨을 유지하려면 입주할 때까지 무주택 요건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자칫 ‘전세난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1차 사전청약 일정이 본격화되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 사이에선 ‘내집마련’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장기간 기약없이 전세난민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는데다 전세의 월세전환도 가속화되고 있어 청약대기자들의 주거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의 경우 지난주까지 106주 연속 오름세다.
입주자 모집 공고를 앞둔 인천 계양은 2025년 입주가 이뤄질 계획이지만 토지보상 작업이 순탄치 않아 장기간 지연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토지감정 재평가를 요구하는 토지주들 반발로 토지 보상률은 60%대에 불과하다. 통상 토지보상이 완료돼도 입주때까지 3~5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토지보상 지연 정도에 따라 하염없이 입주를 기다리는 희망고문이 벌어질 수 있다.
3기 신도시인 하남 교산은 주민 반발로 아직 지장물 조사를 시작하지 못했고, 남양주 왕숙 역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민들 간의 대립이 커지며 토지보상이 계획보다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3기 신도시 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LH가 임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으로 논란을 일으킨 뒤 아직 조직개편을 마무리하지 못해 불안요소가 크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8월까지 개편안을 확정 짓고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었으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지역간 이해관계가 복잡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는 사이 신도시 예정지의 토지주와 원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하남 교산에 사전청약을 준비중인 30대 A씨는 "토지 보상 절차가 지연된다는 소식이 들리니 사전청약에 당첨돼도 언제쯤 입주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며 "전셋값이 너무 가파르게 올라 입주를 기다리다 지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국토부는 과거 사전청약 당시 입주가 기약없이 지연돼 당첨자들이 대거 입주를 포기하는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3기 신도시는 2022년 중 보상을 마무리하고 부지조성 공사에 착수해 2023년 순차적으로 본청약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신도시 사전청약으로 지금의 부동산 시장 열기를 잠재워 시장 안정효과까지 기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사전청약 물량으로 시장의 주택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렵고, 당첨자들도 무주택 상태를 유지하면서 임대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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