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5년을 무주택자로 살아온 A씨 부부는 지난해 7월 경기 과천시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에 청약해 당첨자가 됐다. 평균 100대1을 넘는 경쟁률을 뚫고 내집마련의 꿈을 이뤘다는 기쁨도 잠시, A씨는 자신이 ‘부적격자 당첨자’로 처리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청약 가점을 잘못 입력했다는 것이다. 해외 단기유학 중인 자녀 한 명을 부양가족으로 포함했다는 이유에서다. 해외 체류 중인 가족은 주민등록표에 올라와 있더라도 부양가족으로 치지 않는다는 점을 몰랐던 것이다.
아파트값 폭등으로 청약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난수표 같은 청약 제도로 인해 부적격자가 매달 속출하고 있다. 헷갈리는 가점계산,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물량(가점·추첨)의 비율은 물론, 같은 지역이라도 규제가 다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한 지역서 규제·비규제 구분…가점·추점제 비율도 달라져= 경남 창원시의 경우 의창구 등 대부분의 지역은 규제지역이지만 마산합포구 등은 비규제지역으로 남아 있다. 비규제지역에서는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6개월만 지나면 1순위 청약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재당첨 제한도 없고, 분양받은 후 즉시 분양권 전매도 가능하다. 반면 규제지역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
가점제·추첨제 비율도 크게 달라진다. 비규제지역일 경우 전용면적 85㎡ 이하는 가점제 40%, 추첨제 60%로 당첨자를 뽑는다. 그러나 조정대상지역이 되면 85㎡ 이하는 가점제 추첨 물량이 75%로 늘어난다. 어렵게 똑같이 가점을 쌓아도 당첨 가능성이 확연히 갈리는 셈이다.

◇소득기준도 논란… ‘대기업 흙수저’ 포함 안돼= 소득기준도 논란의 대상이다. 신혼희망타운이나 신혼부부 특공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전년도 도시 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30%, 맞벌이 부부의 경우 140% 이내라는 소득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문제는 소득 기준 차이가 10%포인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기업 맞벌이 부부라면 청약 자격조건에 사실상 포함되기 어려운 셈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외벌이와 맞벌이의 소득 기준 차이가 10%포인트인데 맞벌이의 경우 한 명이 500만원을 벌면 다른 한 명은 50만원을 벌어야 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대기업 흙수저가 가장 불쌍하다"고 지적했다.

◇‘난수표 청약제’에 내집 마련 꿈 날아가= 복잡한 청약규정은 내집 마련의 꿈을 키워온 선의의 피해자를 매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청약가점을 잘못 기입한 상태로 청약에 당첨되면 고의나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부적격 당첨 판정을 받는다. 이 경우 일정 기간 주택 청약 당첨이 불가능하다. 수도권이나 투기과열지구·청약과열지역에서는 당첨일로부터 1년 동안 당첨될 수 없다. 청약 관련 비규제지역에서는 당첨 제한 기간이 6개월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최근 바뀐 법령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수도권에서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아파트 중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은 단지에는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다. 규제를 지키지 않으면 적발 시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아파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분양가로 매도해야 한다. 규제지역에서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고 입주 시 중도금 대출을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할 때, 시세가 15억원을 넘을 경우에도 대출이 불가하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부적격 당첨자의 경우 대부분은 가점 계산을 실수하거나 복잡한 규정을 잘못 이해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부적격자를 사전에 걸러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