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광역교통망과 재건축 관련 규제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D노선의 축소로 직격탄을 맞아 집값이 주춤하기 시작한 김포와, 재건축 기대감이 큼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돼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서울 노원구가 대표적이다. 서민 주거부담 완화 목적의 GTX와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의 규제들이 오히려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건축' 노원, '신구로선' 시흥 들썩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노원구 아파트값은 0.16% 올랐다. 지난주(0.17%)보다는 상승폭이 줄었지만 서울 평균 상승률(0.08%)의 두배다. 서울 25개 자치구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노원구는 오세훈 서울시장발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의 최대 수혜지 중 한 곳이다. 오 시장이 선거 과정에서 노원구 상계동과 양천구 목동 등을 직접 언급하며 이 지역 재건축 추진에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실제 오 시장이 취임한 이후 노원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일주일만에 0.09%에서 0.17%로 수직 상승했다. 재건축 추진 기대감이 커진데다 서울 시내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인식 탓에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서울시가 강남구 압구정동, 양천구 목동 등 다른 지역의 재건축 단지들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노원구는 제외해 풍선효과도 더해지는 분위기다. 상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달 들어 재건축 단지에 대한 매수 문의가 더욱 늘어난 상황"이라고 귀뜸했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1단지 84.41㎡의 경우 지난 26일 8억5000만원에 실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거래가격(5억9000만원)과 비교하면 1년여 사이 2억6000만원이나 오른 값이다.
시흥 대야에서 목동을 연결하는 신구로선 신설이 예정된 경기도 시흥시는 한껏 들뜬 분위기다. 이번주 아파트값 상승률은 1.02%로 경기도(0.31%) 평균의 3배에 달하고, 다른 수도권 주요지역에 비해서도 오름폭이 가파르다.

29일 오후 제2차 대도시권 광역교통 기본계획안 및 제4차 대도시권 광역교통 시행계획 안 공청회가 열린 서울 용산구 한 빌딩 앞에서 김포 검단 교통시민연대 회원들이 김포와 부천을 연결하기로 계획한 'GTX-D' 노선안 서울 직결 안으로 변경과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 연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반쪽 GTX에 울상 '김포'반면 경기도 김포는 GTX-D 노선의 축소로 '울상'이다. GTX-D 노선이 강남 연결 없이 김포 장기역에서 부천종합운동장역까지만 잇는 안이 전날 대도시권 광역교통 기본계획·시행계획에서 확정되면서 지역내 반발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김포한강신도시에 거주하는 40대 A씨는 "인구 50만에 육박하는 서울 인접도시 중에 서울 직결철도가 없는 곳은 김포가 유일하다"며 "이번 결정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부동산원 통계를 살펴보면 김포 아파트값 상승률은 이번주 0.02%까지 떨어졌다. 광역교통계획 발표 전인 지난 2월까지만해도 상승률이 0.19~0.24%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180도 바뀐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아직 뚜렷한 집값 급락 분위기는 없지만 추후 실거주자가 아닌 투자자들의 매도행렬이 이어지면서 집값이 단기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처럼 교통, 재건축 호재에 따라 지역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보니 보다 세심한 정부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GTX 역시 원래 목적은 수도권의 교통불편을 해소해 서울과 인근의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것이었지만, 최근엔 ‘GTX 노선 따라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나올만큼 시장 불안정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토지거래허가구역도 최근 '재건축 청신호'로 읽히며 오히려 집값 자극의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삼성·대치·청담동 등 역시 집값안정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 많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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