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9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세 가지로 압축된 대정부 요구안을 확정했다. 요구안에는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재검토를 위한 현장 전문가 중심의 협의체 구성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보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 기구 설치가 담겼다. 전공의들의 요구가 '복귀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된 만큼, 정부가 기존 정책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필수의료정책패키지 중에서 전공의들에게 가장 독소조항은 '의원급 의료기관 개원허가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의원급 의료기관 개원 허가제'는 현재 신고제로 운영되는 의원 개설을 허가제로 전환하려는 정부의 면허 관리 선진화 방안 중 하나다. 이는 의대 졸업 후 바로 개원하는 것을 제한하고, 일정 기간 임상 수련을 거친 의사에게만 개원을 허용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취지에서 나왔다.
정부는 개원 허가제 도입을 '면허 관리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제시하며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의료계의 강한 반발로 인해 이 논의를 유보하거나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개원 허가제의 문제는 전공의 수련 기간 연장과 착취 심화가 우려된다. 개원 허가제가 도입되면 의대 졸업 후 의사로서 독립적인 진료를 시작하기까지 필요한 임상 수련 기간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 현재도 장시간 고강도 근무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의 수련 기간이 늘어나면 이는 사실상 전공의에 대한 착취를 심화시키고, 결국 전문의 배출을 급감시킬 수 있다.
개원 허가제는 의사 면허제 자체를 무력화한다. 현재 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진료과 표기 없이 의원을 개설할 수 있다. 개원 허가제가 도입되면 의사 면허만으로는 개원이 불가능해져 현행 의사 면허제도를 사실상 폐기하는 것과 다름 없다.
이로 인해 개원 허가제는 의료 시스템의 혼란을 심각하게 초래할 것이다. 현행 의사 면허제도를 바탕으로 정립된 일반의, 전공의, 전문의, 전임의 제도 및 병원 운영 체계가 모두 어긋나 의료체계와 질서를 해칠 것이다.
정부는 영국, 캐나다 등 해외의 개원면허관리 사례를 언급하며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면허 제도 근간, 의대 입학 자격, 교육 기간 및 과정 등이 전혀 다르므로 해외 사례를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의료계 일부에선 전공의 추가 모집 실패 등 정부가 난관에 봉착한 상황에서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에게 강제로 전공의 과정을 늘리도록 압박하는 '정치적 협박'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공의는 물론 의료계는 개원 허가제와 같은 강제적인 제도 도입보다는 필수의료 및 지역 의료 문제를 해결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도록 주장해야 한다.
정부는 우선 저수가로 인해 기피되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통해 의사들이 해당 분야로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전공의들의 열악한 수련 환경을 개선하고 합리적인 근무 조건을 마련해 전공의들이 이탈하지 않고 수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의료계와 충분히 대화하고 합의를 통해 올바른 면허 관리 제도를 안착시켜야 한다. 국가가 모든 것을 통제하기보다는 의료계 내부의 자율적인 면허 관리 및 윤리 강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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