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봄 이사철에도 차분한 분위기다. 재건축 규제완화 기대로 들썩이는 매매시장과는 다른 모습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봄철 전세난 우려가 제기됐지만 3월 이후 가격 상승폭은 오히려 둔화하는 추세다.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입주가 이뤄지고 있는데다 지난해 임대차2법 시행에 따른 가격급등 피로감으로 단기 조정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2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0.03%(전주 대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은 3월 마지막주부터 한 달 정도 이어지고 있다. 전셋값 상승률은 연초 0.21%까지 올랐지만 이후 꾸준히 상승폭이 축소됐다. 매매가 상승률이 이달 초 최저치(0.05%)을 찍었다가 이후 0.08%로 확대되는 것과 대비된다.
통상 3~5월에는 봄철 이사수요가 몰리면서 전세 매물을 찾기 어렵거나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해는 그 흐름에서 비껴가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전세 매물이 줄고 있지만 이 역시 연초 매물이 급격히 쌓였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매물은 2만3062건으로, 지난 1월22일 이후 2만건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 거래량도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월 9313건이었던 서울의 아파트 전세거래건수는 2월 8188건, 3월 7725건으로 감소했다. 이달 들어서는 28일 현재 신고분 기준 4059건으로 집계됐다. 다만 실거래가 신고 기간이 한 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4월 최종 거래량은 다소 늘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전세가격이 조정기를 거치고 있는 것은 강동구를 중심으로 입주물량이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가격 상승 피로감과 계약갱신 등으로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은 편"이라며 "입주여파로 매물이 더디게 소진된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격이 조정되는 경향도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소폭이나마 전세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세입자들에게는 부담이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지난달 처음으로 6억원을 넘긴데 이어 이번 달에도 442만원 올랐다. 특히 한강 이북 14개구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는 4억9627만원으로 5억원에 육박했다.
시장이 안정을 찾았지만 전세가가 하락세로 반전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 수석연구원은 "6월 전월세신고제 시행을 앞두고 세부담 우려에 집주인들이 월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전세매물 감소가 예상돼 최근의 상승흐름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5월의 경우 서울에 입주하는 아파트 물량도 전무한 상황이다. 지난해 5월의 경우 신규 입주물량이 8596건에 달했다. 입주물량이 없는 것은 2014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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