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부동산 정책을 개선하기로 했지만 일관성 없는 방향성과 내년 대선만 의식한 접근으로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존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큰 상황인 만큼 일부 규제완화는 필요하지만, 집값을 자극하거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8일 부동산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첫 부동산 특위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부동산 정책 개편 논의를 시작했다. 무주택자 등 주거약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고, 1주택자 재산세 감면 상한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 축소와 종합부동산세 감면도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대출규제 완화와 보유세 감면은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는 상반된 방향이다. 당정은 수차례 대책을 통해 LTV 등 부동산 대출을 강화하고 재산세·종부세 부담을 높여왔다. 하지만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분노가 확인되자 급격히 방향을 튼 모습이다. 그렇다보니 민주당 내부에서도 목소리가 수갈래로 나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종부세 완화다. 당초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세부담 완화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뚜렷한 방향성 없이 ‘완화’→‘논의 중단’→‘추후 논의’→‘재논의’ 등 입장을 번복하는 모양새다. 실제 민주당은 전날까지만 해도 당내 강경파의 반대 목소리에 종부세 완화를 추후 논의하겠다며 규제완화의 후순위에 뒀지만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부랴부랴 제도 개선 논의 테이블에 다시 올렸다.
선거 등 정치논리에 따라 민감한 세금 문제에 쉽게 접근하려다보니 시장의 혼란만 키운 셈이다. 직장인 A씨는 "당장 종부세 과세기준일이 6월1일인데 지금은 집을 내놔봐야 그 이전에 처분도 불가능하다"며 "오락가락하는 정치권의 말만 믿고 기다려야 하느냐"고 말했다.

대출규제 완화도 비슷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이 급등한 만큼 실수요자들의 대출을 완화해 ‘내집마련’ 기회를 늘려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근시안적 접근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집값 원상회복’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집값이 안정되기 전 대출완화부터 해주는 것은 자칫 젊은 층에게 ‘빚 폭탄’을 안겨주는 것이란 지적이다. 한편으로는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면서 오히려 "대출을 받아 집을 사라"는 상반된 시그널을 시장에 동시에 보내고 있는 형국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집값이 워낙 비싸져 집을 사고 싶은 젊은 실수요자들이 많은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에 대출완화는 필요해보인다"면서도 "대출이 늘어나면 집값이 자극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집권초기 임대차 시장 안정 목적으로 임대사업자 제도를 장려했으나 추후 집값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들을 집값상승 원인으로 지목하며 혜택을 축소시키고 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상승, 높아진 공시가격과 그에 따른 세금 폭탄을 부담하게 된 국민의 원망을 돌리려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