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전국 고가아파트와 저가아파트의 가격 차이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와 비교하면 아파트값 양극화 지수가 4년여 만에 2배 가량 커졌다.
27일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8.8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조사가 시작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4.7)과 비교하면 1.87배 높아진 셈이다.
5분위 배율은 주택을 가격 순으로 5등분해서 상위 20%(5분위) 평균가격을 하위 20%(1분위)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고가주택과 저가주택 간의 가격격차를 나타내는 것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양극화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정부 출범 이후 저가와 고가아파트 간 가격 상승률 차이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국 1분위 평균 아파트값은 2017년 5월 1억1837만에서 이번 달 1억1687만원으로 150만원(1.2%) 떨어진 반면 5분위 아파트는 같은 기간 5억6078만원에서 10억2955만원으로 4억6877만원(83.5%) 넘게 훌쩍 뛰었다. 특히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2019년 5월(6.24) 이후 23개월 연속으로 벌어졌다.
지역 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 격차도 커졌다. 문정부 출범 이후 수도권의 1분위·5분위 아파트 가격은 각각 20.1%, 91.1% 뛰었지만,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지역의 1분위·5분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10.1%, 18.2%에 그쳤다.
다만 서울의 5분위 배율은 문정부 출범 당시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2017년 5월 4.2에서 시작해 2018년 4월 5.1까지 올라 최고점을 찍었지만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이번달 4.1로 다시 낮아졌다. 아파트 열풍으로 저가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도 덩달아 뛰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서울 5분위배율이 낮아지는 것은 저가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며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이라며 “양극화는 완화됐지만 오히려 서민들이나 청년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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