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정부가 구체적인 교육이나 홍보 없이 전격적으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을 강행하면서 당분간 임대차 시장의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임대차 계약 갱신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별 지침 등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적으로 법이 개정되면 혼란을 줄이기 위해 시행령, 지방자치단체 조례 마련때까지 일정 시간의 유예기간을 두는 것과 달리 이번 법 개정은 이같은 절차까지 두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스스로 야기한 전셋값 급등을 서둘러 봉합하려다 보니 치솟을대로 치솟은 전월셋값을 둘러싼 집주인과 세입자간 분쟁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법 시행과정에서 분쟁 가능성이 높은 주요 논란들을 정리한다.
◆지자체별 상한선 다룰 조례 개정은 언제= 3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전ㆍ월세 계약갱신 때 임대료 증액 상한선은 5% 내에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도록 했지만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담은 '임대차 2법'이 시행되는 이날까지 지자체들은 제대로된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상한선은 서울과 경기도 등 광역 지자체가 정한다. 지역별 전월세 상승률에 따라 적용단위는 시ㆍ도, 시ㆍ군ㆍ구, 또는 동 단위가 될지 여부에 대한 가이드라인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임대인과 임차인은 이 상한선에 따라 임대료와 수익률의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정부가 급하게 법을 시행하다보니 어느시점에 정해질 지 감을 잡기 힘든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역시 지자체의 임대료 상한선 설정 시점에 대해 "지자체가 별도로 정하지 않으면 5% 이내가 적용된다"라는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집주인 실거주, 세입자가 알아서 확인= 개정안은 기존 계약기간 2년 후 세입자가 한차례에 한해 2년간 계약을 갱신할 수 있으며, 집주인이 실거주할 경우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다고 규정했다. 집주인이 실거주 한다고 한 뒤 다른 세입자를 받으면 내쫓긴 기존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문제는 퇴거한 세입자가 집주인의 실거주 위반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해당 주택의 주민등록등본을 떼는 것도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현재로서는 임대인에게 "다른 세입자를 받았느냐"고 확인하거나 우편물, 현장 확인을 통해 위반 여부를 입증해야 한다.
만약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으로 세입자를 내보낸 뒤 실거주 하지 않고 비워두면 세입자가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없다. 집주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세입자를 교체하는 방안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집주인은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면 최소 2년간 다른 세입자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계약내용 변경 가이드라인도 전무 = 현재 정부는 계약갱신 시점에 집주인이 전세를 보증부 월세로 바꾸는 등 임대차 형태를 변경할 경우 임차인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마찬가지로 세입자가 오른 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해 반전세로 바꾸려 할 때에도 집주인과 협의를 해야 한다.
온라인 상에선 임대차 2법이 시행된 이후 바뀐 규정을 묻는 질문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한 세입자는 "정부에서 2+2년을 보장해준다고 하는데 사정이 있어 1년 계약을 해야 한다. 추후 만약 재계약을 한다면 1+1년이 보장되는지 1+3년이 보장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1년 계약을 체결해도 세입자는 2년까지 거주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계약기간과 상관없이 4년을 거주할 수 있지만 당사자간 협의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집주인 거주시 세입자 퇴거비용 부담은 누가= 집주인이 2년 계약기간 뒤 갑자기 실거주를 하겠다고 해 세입자를 내보내는 상황에서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계약 종료'로 간주하면 세입자는 속절없이 다른 집을 알아봐야 하지만, 4년 거주를 생각하고 들어왔다면 '계약해제'로 받아들여 관행에 따라 이사비나 중개수수료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 문제에 대해선 "세입자에게 최소 4년이 보장된다고 해도 집주인이 실거주를 할 경우 계약이 종료되는 걸로 봐야 한다"면서도 "이사비 등은 통상 아쉬운 사람이 부담하는 것인 만큼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추후 계약갱신 과정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분쟁이 많이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해 현재 전국 6곳에 있는 분쟁조정위원회를 인구 50만 이상 도시에는 최소 1곳 이상 설치될 수 있도록 늘릴 계획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 정부에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점진적으로 제도를 개편한다는 개념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렇게 해놓고 아무런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가정하는게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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