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주요 금융그룹들이 디지털 혁신과 관련한 구체적 전략 및 '한국판 뉴딜'에 대한 대규모 금융공급 방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빅테크(대형 정보통신 기업) 등의 금융진출로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새 판을 짜는 한편 정부 정책기조에 선제적으로 호응함으로써 경제 전반에서 기존 금융회사가 차지하는 의미를 재확인하려는 등의 포석이 두루 깔렸다는 분석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앞으로 그룹사 최고경영자(CEO) 및 경영진의 리더십 평가에 '디지털 리더십'을 반영하기로 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27~29일 진행된 신한경영포럼 CEO특강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히고 "(디지털 혁신을 위해) 리더들이 앞장서 크고 대담한 혁신 목표를 설정하고 과감하게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독려했다.
우리금융은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ㆍ실무화할 목적으로 그룹사 전 직원 대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ㆍ정보기술(IT) 지식 콘텐츠' 온라인 연수를 진행중이다. 온라인 플랫폼에 탑재된 연수 콘텐츠는 4차 산업혁명, DTㆍIT 트렌드, DT 전략, 인공지능(AI) 등과 같이 최근 부각되고 있는 핀테크(금융기술)와 디지털 금융환경에 발맞춘 내용으로 구성됐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디지털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그룹 내 디지털 혁신 업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또 KT와 협업해 금융ㆍ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신사업을 발굴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기초 코딩 등 디지털 전문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KB금융은 IT 전문인력만으로 운영되는 은행 점포 'KB인사이트' 등 다양한 디지털 실험을 벌이고 있다. NH농협금융은 이달 초 이상래 전 삼성SDS 상무를 은행 디지털부문 수장으로 영입하며 디지털화(化)의 기반을 강화하고 나섰다.
"대출·투자 등으로 뉴딜 견인…금융의 역할 여전히 커"
금융그룹들은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수 조~수 십조원을 '한국판 뉴딜' 분야에 쏟아부을 방침이다. 우리금융은 앞으로 5년 동안 ▲디지털 뉴딜 부문(3조3000억원) ▲그린 뉴딜 부문(4조5000억원) ▲안전망 강화 부문(2조2000억원) 등으로 나눠 총 10조원의 대출 및 투자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판 뉴딜 금융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하나금융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중심으로 모두 10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소재ㆍ부품ㆍ장비 산업과 스마트산업단지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5G 설비투자와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지원도 대폭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하나금융은 그린 뉴딜 부문에 대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풍력ㆍ수소연료전지 등 그린에너지 사업에 주력하는 두산그룹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KB금융은 그린 스마트 스쿨, 국민안전 사회기반시설(SOC) 디지털화 등에 2025년까지 9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KB금융은 이를 위해 KB혁신금융협의회를 KB뉴딜ㆍ혁신금융협의회로 확대운영한다. 신한금융은 '금융판 뉴딜'을 목표로 자체추진하는 '신한 네오(N.E.O.) 프로젝트'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5년 동안 혁신성장 관련 대출ㆍ투자로 85조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그룹들의 향후 경영방향이 디지털과 뉴딜을 중심으로 완전히 새롭게 설정됐다"면서 "글로벌 사업 확장, 공격적 인수합병(M&A) 등으로 치고 나아가는 데 주력했던 올 초를 생각하면 불과 반 년 만에 전혀 다른 환경이 구축됐음을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판 뉴딜에 대한 대규모 금융지원 방안과 관련해 한 금융그룹 고위 관계자는 "빅테크나 핀테크 기업 같은 신진 주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금융회사 본연의 경제사회적 역할과 책임이 여전히 크다"면서 "경제구조가 갈수록 다변화하고 이종분야간 융합의 필요성이 커지는 만큼 이런 역할이 앞으로 더 무거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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