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 고등학생인 A양은 좋아하는 아이돌의 굿즈(상품)을 사고 싶었으나, 돈이 없었다. 그는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돈을 대신 넣어주면 나중에 갚는 '대리입금'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여러명으로부터 2∼10만원씩 '대리입금'을 이용했다. 하지만 계속 돌려막기를 하다 결국 이자를 포함해 400만원을 물어주게 됐다.
#. 온라인 도박에 빠진 B군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일주일에 이율 50%(연이율 2600%)인 대리입금을 이용했다. 4년이 지난 후 도박빚은 3700만원까지으로 불어나게 됐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 속에 신종 디지털 금융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P2P(개인간 대출),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표방하며 혁신 기법을 활용하는 것처럼 현혹하는 '재테크 사기'에서부터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리입금'이라는 명칭의 소액 고금리 사채 범죄까지 수법 또한 진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과거 노령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사기 수법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금융ㆍ법률 취약계층인 청소년과 취업준비생까지 노리고 있어 금융범죄의 타켓이 전 연령층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몽키레전드 캡처.
◆고수익 재테크를 빙자한 유사금융플랫폼 사기 성행 =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금리 기조하에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가상 캐릭터 등을 거래하는 유사금융플랫폼 사기가 성행해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주의보를 발령했다. 수익원이 전혀 없고, 신규회원의 투자금으로 기존회원의 수익을 보존하는 전형적인 '폰지사기', '폭탄 돌리기' 형태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몽키레전드, 드래곤스타, 12지신(동물농장)ㆍ유니콘시티 등 40여개가 넘는 업체들은 원숭이, 용, 유니콘, 물고기, 보석, 신, 과일, 골프공, 건물 등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고 이를 회원 간에 사고팔아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회원을 모집했다. 이 업체들은 캐릭터를 일정 기간 보유하면 자동으로 가격이 상승하도록 돼 있고 회원의 수익은 구매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한 매매차익에서 발생한다고 광고했다. 거래가 반복될수록 캐릭터의 가격은 계속 상승할 수 밖에 없다면서 캐릭터 가격이 일정 금액에 도달하면 한 개의 캐릭터가 여러 개로 분할하도록 했다.

드래곤스타 캡처.
또 신규 회원을 직접 소개하는 경우 피소개자 거래 수익의 일정 비율을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다단계성 마케팅 수익도 표방했다. 아울러 단체 카톡방 등을 통해 회원의 부정적 의견 및 항의를 단속하면서, 회원 이탈이 없도록 관리하는 등 전형적인 다단계 사업 행태를 보였다.

SNS에 게재된 실제 대리입금 메시지.
◆10대女 노리는 은밀한 거래 '대리입금' = 청소년을 타켓으로 한 '대리입금' 업자들은 주로 SNS에 대리입금 광고글을 게시한 후 콘서트 티켓, 연예인 기획상품, 게임 비용 등이 필요한 청소년을 유인했다. 빌린 금액은 10만원 내외의 소액이지만 단기(2∼7일)간의 이자율은 20∼50%였다. 이를 연이자로 환산할 경우 무려 1000% 이상의 수준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늦게 갚을 경우 시간당 1000원∼1만원의 연체료를 부과하는데 이는 '지각비'라는 용어로 꾸며졌다. 문제는 '수고비', '지각비'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아이돌 사진 등을 게시하며 마치 지인간의 금전 거래인 것처럼 가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신분확인을 빌미로 가족 및 친구의 연락처 등을 요구하고, 청소년만(특히 여성)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용돈벌이로 대리입금을 하는 청소년들도 있었다. 고리대금 형태로 친구의 돈을 갈취하는 진화된 형태의 학교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상황으로 조사됐다.
◆소득 없는 대학생ㆍ취준생 유혹하는 '작업대출' = 급전이 필요한 무직 청년층들에게 접근해 허위 서류를 위조해주고 대출금의 30%에 달하는 거액을 받아 챙기는 '작업대출'도 성행 중이다. 금감원은 작업대출 이용자가 대부분 20대(1990년대생) 대학생ㆍ취업준비생들로, 대출금액은 비교적 소액(400만~2000만원)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모두 비대면(언택트) 방식으로 대출이 이뤄졌다. 청년층이 작업대출에 가담ㆍ연루되면, 형사 처벌(징역 또는 벌금)을 받을 수 있고,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돼 금융거래가 제한되며, 취업 시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금감원은 경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감염자 확인, 긴급재난지원금 추가신청, 마스크 배송확인 등의 '낚시 문자'로 유인하는 스미싱(smishing)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스미싱 피해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25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3건보다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스미싱 피해의 경우 총 208건으로 올해 상반기에 이미 넘어섰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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