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하나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 중간배당을 하면서 은행 돈을 한 푼도 건드리지 않았다. 배당으로 인한 은행의 자금 공급 능력 축소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주주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지주 배당 전 은행이 먼저 지주에 배당을 하지 않은 점이 묘수가 됐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23일 회의를 열어 상반기 실적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주당 500원의 중간배당을 의결했다. 배당금 총액은 1457억8173만8000원이다.
하나금융은 국내 4대(신한·KB·하나·우리)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해온 곳이다. 2005년 지주사 출범 이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빼고 매년 중간배당을 해 왔다.
올해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의 잇따른 배당 자제 권고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중간배당 결정을 내렸다. 금융권에선 김정태 회장의 주주 친화 정책의 뚝심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 중구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
중간배당 결정한 이유는?하나금융은 이날 실적 발표 보도자료에서 중간배당 결정에 관해 긴 설명을 덧붙였다. 배당 실시 이유로 크게 3가지를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관련 선제적 충당금 적립에 따른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 확보 ▲비은행 및 글로벌 부문 기여로 은행의 자금공급 능력에 훼손을 주지 않도록 은행 중간배당 미실시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
하나금융은 코로나19 장기화 등의 불확실성에 대한 선제적 충당금 적립과 적정한 자본비율 유지로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상반기 충당금 등 전입액 5252억원 적립, NPL 커버리지비율 126.8%까지 증가, 시중은행 최우량 수준 연체율(그룹 0.31%, 은행 0.21%) 유지, 중간배당 이후에도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14.08% 유지, 중간배당 이후에도 보통주자본비율 12.04% 유지 등을 언급했다.
또 이번에 지주의 중간배당 전 100% 자회사인 은행으로부터 중간배당을 받지 않은 점도 ‘신의 한수’였다. 금융지주들은 보통 중간배당 또는 결산배당 전 은행으로부터 배당을 받아 이를 다시 주주들에 배당하는 형식을 취해왔다. 올해는 하나금융의 자체 이익잉여금과 비은행과 글로벌 부문의 약진으로 은행의 자금공급 능력에 훼손을 주지 않도록 은행 중간배당을 미실시 하기로 결의했던 것이다. 하나금융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 및 기업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주에 대한 책임과 약속도 저버릴 수 없었다고 밝혔다. 2005년 창사 이래 15년 간 이어져 온 주주와의 약속을 지키고 국내 경기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배당성향은 약간 내려갔다. 상반기 1조3446억원을 벌어들여 전년 동기 대비 11.6%(1401억원) 성장했는데도 전년과 동일한 주당 500원의 중간배당을 유지해 오히려 배당성향은 지난해 상반기 12.45%에서 10.84%로 감소했다
하나금융은 “중간배당 예상비용 약 1460억원 중 외국인 주주에게 배당되는 금액은 약 900억원 규모이나 그룹은 상반기 중 해외에서 더 큰 규모인 1695억원의 수익을 시현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난달 말 기준 하나금융의 외국인 주주 비율은 64.11%이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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