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선 중기부 장관(왼쪽)과 조성욱 공정위원장.(자료사진)
[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정부가 지주회사 체제 대기업도 기업형벤처캐피털(CVC)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이달 안에 발표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부처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에 지주회사 내 CVC 허용 방안을 담아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조속히 결론을 내고 도입하라"라고 주문한 상황이다.
22일 아시아경제의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공정위와 중기부 간 이견이 가장 큰 부분은 어느 법을 통해 지주회사의 CVC 소유를 허용하느냐다.
공정위는 지주회사의 금산분리 원칙을 규정한 공정거래법에 예외 규정을 통한 지주회사의 CVC 소유를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당초 공정위는 지주회사의 CVC 보유 허용에 부정적이었다. 총수 일가가 CVC를 통해 자신의 벤처회사에 일감(투자)을 몰아주는 '사익편취 행위'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중기부가 주장하듯 벤처투자법을 통해 지주회사의 CVC 소유를 허용할 경우 총수 일가에 대한 견제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보고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금산분리 규제는 공정거래법에 있는데 이를 다른 법을 통해 푼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면서 "또 제한적 보유, 즉 안전장치는 결국 규제인데 이를 벤처투자법에 넣게 되는 경우 CVC에 대한 공정위의 관리ㆍ감독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벤처투자법을 통해 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하는 것이 명분과 실리 측면에서 합당하다고 보고 있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선 진흥 목적의 벤처투자법이 공정거래법보다 취지에 맞고, CVC 도입을 공정거래법에 규정하게 되면 CVC 입장에서는 두 개의 법을 모두 따라야 해 부담이 생긴다는 것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은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 여부만 규정하고 있지만 벤처투자법은 벤처캐피털(VC)의 등록ㆍ운영 사항을 담고 있다"며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VC는 벤처투자법에 따라 정부에 등록해야 하는데 이 법에는 펀드 조성과 운용 등 투자 의무에 대한 규정과 규제가 이미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공정거래법을 통해 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할 경우 기본적으로 벤처투자법을 따라야 하는 창업투자사 입장에서는 추가로 공정거래법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서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가 우려된다면 벤처투자법에 이에 대한 제한을 두면 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달 말 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허용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처음엔 규제 수단, 수위에 대한 이견이 컸지만 상당 부분 좁혀졌다"며 "공정거래법과 벤처투자법 중 어떤 법을 통해 지주회사의 CVC 소유를 허용하고, 어느 정도 수준의 사전 통제 장치를 둘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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