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0.07.22 12:15

"高분양가 잡으려던 정부, 결국 스스로 공급확대 막고있는 셈"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정비사업은 서울시내 주택 공급의 70~80%를 차지하는 핵심 공급원입니다. 분양가 통제로 이 시장을 인위적으로 억제하고 있으니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서울 서초구 B재건축 조합 관계자)
정부의 주택 공급안 발표를 앞두고 분양보증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앞두고 각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이 이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HUG의 과도한 분양가 통제로 사업 지연이 속출하고 있는 탓이다. 공기업인 HUG의 분양가 통제를 통해 정부가 시장에 간접 개입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스스로 공급 확대를 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깜깜이 가격 산정'…분양가 책정 근거 제시않는 HUG현재 HUG의 고분양가 규제는 사유재산권 침해는 물론 시장 가격 왜곡과 이에 따른 '로또 청약'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현재 서울지역 아파트에 대한 HUG의 분양 보증 방식은 주변에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가 있으면 같은 수준으로, 1년이 넘었을 때는 105%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분양가를 책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기준이 '주변'이다. 생활권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물리적인 자치구로 묶어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이는 분양 지연의 주요 원인이 됐다. 지난해 HUG는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상아2차)의 분양가를 일원동 디에이치 포레센트(대우아파트) 수준(3.3㎡당 4569만원)으로 책정할 것을 요구했고, 이는 후분양 이슈를 이끌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까지 불러오는 계기가 됐다.
현재 분양가 갈등을 빚고 있는 대표적인 단지는 강동구 둔촌주공이다. HUG 통보 분양가(3.3㎡당 2978만원)와 조합안(3500만원) 간 큰 격차에 따른 갈등으로 분양 시기를 여전히 가늠할 수 없는 상태다. 이 아파트의 한 조합원은 "공시지가가 둔촌주공보다 낮은 광진구 화양동 e편한세상의 분양가(3370만원)보다 낮은 가격을 이해할 수 없다"며 "결국 조합원에게 부담을 더 안겨 일반분양자에게 더 싼 집을 안겨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경기도와 서울 역세권 사업지 분양가가 역전되는 현상도 발생한다. 지난 4월 경기 고양시 덕은지구 내에서 분양한 DMC리버포레자이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630만원이었다. 같은 달 분양한 DMC리버시티자이 역시 2583만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같은 DMC 생활권에 있는 서울 은평구 수색6구역, 수색13구역 등의 분양가는 2000만원 아래로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1년8개월 전 분양한 수색9구역(1965만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주변 실거래가를 감안하면 4억~5억원의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덕은지구의 '비싼 택지비' 탓이라는 얘기를 하지만 상식 선에서 납득이 되지 않는 기준이라면 그 기준을 바로잡아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사진 /문호남 기자 munonam@




◆차익마저 소수가 독점…"투기 근절 외치는 정부가 투기판 양산"인위적인 분양가 통제의 문제점은 분양 지연에 따른 공급 위축에 그치지 않는다. 신규 공급과 시장 사이의 '이중가격'을 조장하며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사업 주체인 재건축·재개발 조합 입장에서는 '자신의 몫을 일반분양 당첨자에게 뺏긴다'는 생각에 정책에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엄청난 차익이 공공으로 귀속되는 것도 아니다. 소수의 일반분양 당첨자들만 고스란히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도 또 다른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청약 가점이 낮아 소외된 젊은 층은 "왜 우리에겐 값싼 아파트 당첨 기회를 주지 않느냐"며 정부를 향해 분노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아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면서도 지나치게 낮은 가격은 정부가 지향하는 시장 안정에도 독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당첨만 되면 4억~5억원 시세차익을 얻는 청약 시장의 구조는 왜곡된 것"이라며 "내집마련을 막연한 미래의 일로 생각하던 잠재수요까지 청약판에 가세하게 만들고, 밀려난 이들이 결국 기존 시장 참여자가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이같은 문제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한제가 시행되면 서울 아파트 분양가격은 HUG 규제보다 5~10%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정비사업 관계자는 "시세보다 훨씬 싼값에 당첨 가능하게 해주겠다는 건 정책이 아닌 정치"라며 "정말 공급 확대를 원한다면 이같은 구조적 모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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