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공원 국제공모 당선 조성계획안 조감도 (제공=국토교통부)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서울 중심부 291만㎡에 수도권의 거대 허파를 만드는 용산공원의 윤곽이 최초 공개됐다.
정부는 21일 정세균 국무총리와 유홍준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 등 관계기관 및 시민들과 함께 용산공원부지 내 장교숙소 5단지의 개방행사를 열었다. 이날 국제공모 당선 조성계획안인 West8·이로재·동일 팀의 '힐링: 더 퓨처 파크(Healing: The Future Park)'도 최초로 공개됐다.
용산공원은 2005년 노무현 정부가 용산기지를 국가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첫 발을 떼게 됐다. 이후 2007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 제정되고 2011년 용산공원 종합기본계획이 수립됐다. 2016년 용산기지 내 주둔하던 미군 병력이 평택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로 이전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이 추진됐다.
이날 공개된 조성계획안은 2012년 열린 국제공모를 거쳐 6년간의 작업을 통해 2018년 11월 마련된 안이다. 이후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된 것이다.

용산공원 내에 전시된 국제공모 당선 조성계획안 조감도 (사진=이춘희 기자)
조성안은 ▲지형의 치유 ▲역사의 치유 ▲자연의 치유 ▲연결의 치유를 공원의 계획 개념으로 제시했다. 북악산에서 남산을 거쳐 한강,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핵심 녹지축을 치유하는 한편 114년이라는 시간 동안 외세에 의해 쓰여 온 땅인 만큼 그 흔적을 남겨 역사를 치유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인공 구조물을 최소화하고 녹지 공간을 늘려 자연을 치유하고, 높은 담장을 걷어내고 끊어진 길을 이어 연결을 치유한다는 목표다.
유홍준 위원장은 "미래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이러한 생태공원을 만들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미군이 용산기지를 반환한다고 했을 때 많은 곳에서 건물을 지으려 탐냈지만 용산공원 특별법을 통해 모두 차단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 아파트를 지으면 부동산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이지만 100년 넘는 기간동안 참아온 것을 올바른 방향으로 미래세대에게 줘야한다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보면 역설적으로 자연생태 공원으로 귀결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용산기지를 통한 주택 공급론에 대해서 일축한 것이다.
정부는 이날 공개된 조성계획안을 토대로 국민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아 반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에 300명 규모의 국민참여단을 꾸려 '국민권고안'을 마련한다.
장교숙소 5단지, 다음달부터 시민 대상 공개… 국민 의견 수렴해 추가 리모델링 방향 결정

21일 오후 서울 용산공원 장교숙소 5단지에서 열린 공원개방행사에 참석한 정세균 국무총리(왼쪽 네번째)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여덟번째) 등이 유홍준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왼쪽 다섯번째)의 설명을 듣고 있다. (제공=국토교통부)
존치 시설로 확정돼 이날 개방행사를 가진 장교숙소 5단지는 다음달 1일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될 예정이다. 약 5만㎡ 부지에 주거시설 16개동(129가구)과 관리시설 2개동 총 18개동으로 지어진 이 단지는 1986년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당시 대한주택공사)가 미군장교 임대주택을 지어 지난해까지 임대 운영해온 시설이다.
정부는 지난 1월 이 단지의 소유권을 확보한 후 국민 개방을 위해 18개동 중 5개동을 전시공간 등으로 리모델링했다. 전시공간, 오픈하우스, 자료실 등으로 꾸며 방문객들이 용산기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나머지 13개동에 대해서는 아이디어 공모 등 의견수렴을 거쳐 리모델링 후 내년 상반기 중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이용료는 무료로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개방될 예정이다. 다만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전시공간 등 일부 내부 시설은 확산 상황을 고려해 개방여부를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전쟁기념관 등 편입 통해 공원 면적 확대… 이전 예정이던 경찰청 시설은 용산 정비창으로

용산공원 경계 확장 추진안 (제공=국토교통부)
한편 이날 제2회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도 함께 열려 공원 경계를 추가로 확장했다. 위원회는 당초 경찰청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던 용산공원 북측의 구 방위사업청 부지 내 1만3200㎡를 용산공원 경계 내로 편입시키기로 했다. 해당 부지는 과거 남영동 대공분실로 쓰였던 건물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전환키로 하면서 해당 건물에 있던 경찰청 시설이 이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서 온전한 용산공원 조성을 위해 해당 시설을 용산 정비창 부지로 이전키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8000가구 공급만이 제시됐던 용산 정비창에 최초로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 나온 셈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이에 따라 용산공원 진입부의 경계 단절 없이 남산부터 용산공원을 지나 한강을 잇는 남산-한강 녹지축을 온전하게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당 부지는 구 방사청 부지의 필지 정리 등 행정절차를 마치는 대로 올해 안에 공원 경계 내로 편입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위원회는 군인아파트·전쟁기념관·용산가족공원·국립중앙박물관을 용산공원 경계 내로 편입해 공원면적 48만㎡를 늘리는 용산공원 정비구역 변경고시안도 이날 의결했다. 이로써 용산공원 면적은 기존 243만㎡에서 291만㎡로 확대됐다. 여기에 경찰청 예정 부지까지 합쳐지면 292만㎡로 면적은 더 늘어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번 부지개방은 오랫동안 굳게 닫혀있던 용산 기지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는 첫 걸음으로서 의미가 매우 크다"며 "국민 여러분과 함께 용산기지를 평화의지와 미래를 담은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조성해 나가기 위해 다양한 참여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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