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덮친 2020년, 백화점 업계에선 ‘베블런 효과(비쌀수록 수요가 증가)’가 본격화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명품 끝판왕’이라 불리는 ‘에르메스’의 입점 여부에 따라 매출 규모가 최대 20배 가까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 입점 여부에 희비13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에르메스를 비롯한 3대 명품(샤넬, 루이비통 포함)들이 모두 입점해 있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지난해 매출은 2조원,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1조5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르메스는 입점하지 않았지만 루이비통 등이 입점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경기 남부권에서 유일하게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3대 명품이 없는 매장들은 실적이 처참하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은 마트와 영화관이 모여 있는 초대형 점포지만 지난해 매출 23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명품들이 입점하지 않은 지방 백화점의 경우 매출이 1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곳도 다수다. 신세계 강남점과 비교했을 때 매출은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같은 상권서도 희비명품 입점 유무에 따라 점포 간 매출의 희비가 엇갈렸지만 그 중에서도 핵심은 에르메스다. 에르메스는 명품의 명품으로 불리며 백화점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평가 받는다. 현재 전국에서 에르메스를 입점 시킨 점포는 롯데 잠실점과 신세계 본점·강남점·센텀시티점·대구점,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갤러리아 압구정점 등 7곳에 불과하다.
같은 상권서도 에르메스 입점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같은 명동 상권에 위치한 롯데 본점의 경우 전년 대비 매출이 15% 하락한 반면 신세계 본점은 소폭 신장했다. 모두 외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높아 코로나19 영향을 받았지만, 에르메스를 보유한 신세계 본점은 내국인 손님을 불러 모으며 매출 타격이 없었다. 롯데 본점은 3대 명품 중 샤넬과 루이비통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매출 타격이 컸다. 그만큼 에르메스가 지닌 명품의 위상이 큰 영향을 발휘한다는 방증이다.
백화점 3사 유치 경쟁 때문에 백화점 업계에서는 에르메스 모시기 경쟁이 한창이다. 지난해에는 신세계 대구점과 현대 대구점의 경쟁이 치열했다. 현대 대구점은 그동안 대구에서 유일하게 3대 명품이 입점한 곳이었지만, 에르메스가 지난해 11월 현대백 대구점을 철수하고 신세계 대구점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올해에는 신세계 본점과 롯데 본점의 물밑 다툼이 예상된다. 롯데 본점은 상반기 중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을 진행해 14~15% 수준인 해외 명품 구성비를 2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특히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2005년 에비뉴엘 오픈 당시 유치에 실패한 에르메스 입점 협상을 다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대구와 같이 신세계 본점의 에르메스가 철수할 가능성이 높아져, 에르메스를 두고 롯데와 신세계의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 판교점도 이르면 올해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에르메스 유치에 나섰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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